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 12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의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용인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전과 관련 논쟁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대한민국 반도체산업 지형 지도가 바뀔 지에 국민들과 산업계 전반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연구시설 및 생산공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기반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경기도 용인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지난 연말 전기공급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새만금 지역으로의 이전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김성환 기후부장관과 안호영 의원,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 주장

지난해 12월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용인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개, 15기가와트 수준이라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말해 불씨를 당겼다.

여기에 더해 올해 지방선거에서 전라북도 지사 선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장관 발언과 관련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이 국가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정부 주무장관이 확인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지난해 12월 29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반도체클러스터의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된 배경에는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인들을 만나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균형발전에 기여해달라”고 주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분위기에 용인시와 용인지역 국회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용인지역 국회의원 4명과 이상일 용인시장 반박

당장 용인지역 국회의원 4명이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용인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언주, 이상식, 손명수, 부승찬 등 국회의원 4명은 12월 30일 공동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김성환 장관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은 하남시장이 변전소 설치 동의를 하지않고 있어서 지연되고 있는 것인 만큼 자치단체장을 설득하는 데 신경써주기 바란다”고 김 장관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반도체 제조는 많은 조건이 수반돼야 하는 것으로, 염분이 많은 해안지역은 피하고 안정적인 용수와 고품질·무정전 전력이 필수여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만으로는 반도체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지역의 전기가 주로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임을 감안한 지적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12월 31이 긴급 기자화견을 열고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등 두 초대형 반도체 산단의 사업이 진척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전은 말이 안되고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첫 번째 팹(Fab)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SK하이닉스의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대해 “올해 12월 30일 기준 산업단지 조성 공정률은 70.6%이며, 내년 하반기엔 97.9%에 도달할 것”이라며 “기반시설 공정률은 12월 30일 기준 용수공급시설 중 공업용수는 92.7% 생활용수는 92.5%, 전력공급시설 공정률은 97.1%”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핵심 시설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와 첨단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의 사업들이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등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서류상의 계획이 아니다. 이미 10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확정되었고,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보상·인허가·기반시설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정작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경기도의 핵심 산업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가 정치의 소용돌이에 빠져 혼선과 혼란이 생기고, 용인시민을 비롯한 경기도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김동연 지사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라며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 전문가로서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와 무게를 잘 알고 계실 김동연 지사는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

또한 “정부·여당의 눈치만 보지 말고 경기도민과 용인특례시민의 눈치를 보시기 바란다”며 “김동연 지사의 계속되는 침묵은 용인특례시민과 경기도민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호영 의원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이전 필요" 재반박

급기야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불을 당긴 당사자인 안호영 의원이 1월 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전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서 본격적인 싸움 2라운드를 예고했다.

안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과 기사가 엄청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용인 반도체 2단계 사업은 단순한 공장 건설이 아니라 360조원이 투자되고 간접고용 효과만 최대 192만명에 생산유발 효과는 480조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부와 기회를 또다시 수도권에만 몰아줄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 전환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의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기가 없어 중단될 위기인 용인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제를 망치는 길로서 전기가 흐르는 준비된 새만금이 유일하다”면서 클러스터 이전에 전북도민이 함께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지방선거 5개월 여를 남기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이슈가 핵심 정치 쟁점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 됐다. 이런 와중에 해당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침묵에 대해 많은 경기도민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민주당 공천에 어떤 변화가 나올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