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에 위험요소들이 튀어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책임을 느끼고 해법을 내놔야 하는 당사자인 이창용 한은 총재가 ‘남탓’만 하고 있어서 환율시장의 불안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우려대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설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수장인 이 총재의 위험한 생각에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미국 달러 대비 1500원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후 원-달러 환율은 진짜로 연중 최고치인 장중 1482원에 접근하면서 1500원 문턱을 두드리고 있다. 13일 아침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에서 출발해 오전 10시 30분 1474원을 뚫었다. 1500원은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넘어서 실제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결정적으로 힘을 잃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원화투매 현상이 벌어져 국내 달러가 순식간에 고갈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을 한마디로 외환위기라고 한다. 원화가 신뢰를 잃으면서 달러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면 현재의 외환보유고 4100억달러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율 비상 정국 속에 한국은행 수장인 이창용 총재가 외국의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한 ‘남탓’ 발언을 내놓으면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무대책’ 상황임을 노출시켰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화 약세 요인에 대해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국 정부의 셧다운, 달러 강세, 일본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관계,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원인으로 거론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사견을 전제로 “시장이 이런 불확실성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국은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개입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시장에 혼선을 주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에 관해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의 강도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까지도 데이터에 달려 있다”면서 방향전환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방향전환’이란 표현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나 반대로 금리 인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혼란이 일게 됐다.

방향전환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율시장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어 보인다는 데 있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가치하락의 원인으로 지적한 내용은 주로 대외적인 원인을 거론한 것이다.

그가 거론한 원인은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국 정부의 셧다운, 달러 강세, 일본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관계,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인데, 이 중 대미 투자패키지 외에는 모두 원인이 국외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환율폭등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가장 큰 것은 국내 원화의 유동성 증가를 들 수 있다. 현재 시중에 풀려있는 원화는 4400조원을 훌쩍 넘어 우리나라 GDP 대비 2배에 달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시중에 풀린 달러 유동성이 93%인데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200%라는 것은 심각한 원화 절하의 원인이 된다. 결국 한국은행이 그동안 돈을 엄청나게 찍어댔기 때문인 것이다. 이창용 총재 책임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전돼있기 때문에 언제든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0%이고 우리나라는 2.5%여서 금리차는 1.5%이다. 안그래도 기축통화인 달러보다 원화 기준금리가 더 낮은데 달러가 정상적으로 유입될리 만무다. 일부 들어오는 달러는 일시적 성격을 가진 투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근래 달러의 엑소더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았던 것은 2020년대 들어서인데, 이창용 총재가 한국은행 총재로 앉은 2022년부터 금리차를 키웠고, 미국이 금리 인하를 늦추는 가운데서도 금리인상을 서둘러 금리차를 키웠다. 역시 이창용 책임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 대한 3500억달러 직접투자 역시 환율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매년 200억달러씩 10년 간 현금 투자를 해야하는데, 이로인해 수출기업들은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에 들여오지 않거나 원화로 환전을 하지 않고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입업자들도 달러를 사들여 보유함으로써 달러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해외투자에 나서면서 달러 수요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서학개미들 역시 미장(미국 증권시장)에 투자규모를 늘리면서 달러유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998억5000만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의 국내 증권시장 투자는 296억5000만달러로 달러 유입에 비해 유출이 3배 정도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내년도 확장재정도 한몫하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을 올해 대비 8.1% 늘려 728조원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세수부족분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게 된다. 대규모 국채발행이 예고되면서 국채금리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2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2%p 상승한 연 2.923%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 만기 금리는 0.081%p 오른 연 3.282%를 기록했다.

결국 국고채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정부의 국채발행 비용도 늘어나게 됐다. 10년짜리 국채를 발행하고는 연리 3.282%를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이 역시 정부의 부담이 된다.

환율이 급등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책임이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서 찾는 것이 문제해결은커녕 심각한 외환위기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의 주 임무는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이다. 결국 이 두가지를 잘못해 환율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는 이제와서 미중 무역갈등이니, AI거품론이니, 미국의 셧다운이니, 일본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이 핵심 원인이었다면, 왜 우리나라 환율만 유독 더 많이 떨어졌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11월 2째주 일주일 간 달러 대비 환율 동향을 보면 한국 원화가 일본 엔화와 동조현상을 보인다고 했지만 실제 엔화는 달러대비 0.33% 올랐고, 원화는 1.95% 떨어졌다. 모든 글로벌 화폐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글로벌 원인이 아닌 내부 요인에 의한 가치하락이라는 증거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가 과거에는 강남 집값 상승이 강남에서 서울대를 많이 가니까 사람들이 몰려 집값이 오른다면서 서울대가 강남 학생들 입학 쿼터를 정해 일정인원 이상을 뽑지 말아야 한다는 이상한 남탓을 하더니, 이제는 통화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상황을 핑계로 대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