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주택은 도심 내 다가구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최저소득계층에게 저렴하게 임대함으로써 직주근접을 실현하여 주거비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임대주택이다.
특히, 맞춤형 매입임대주택은 기존의 임대주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인 도심 주변부 외곽에 공급되어 직주근접이 이루어지지 않고 기초지방정부의 반대민원으로 인하여 사업진행이 잘 추진되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기초지방정부의 특성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맞춤형공동체주택, 서울주택도시공사, 2016.12)
아무튼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 제2조 제1항에 공공주택사업자가 직접 건설하지 아니하고 매매 등으로 취득하여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어 국가가 인정하는 엄연한 '공공주택'의 한 유형이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은 민간사업자가 신규로 건설한 주택을 GH 등이 준공 전 매입 약정한 공공사업이어서 기존 방식 보다 공급 시기가 1~2년가량 빠르다. 지난 9월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신축매입임대 14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하고 뒤이어 조기 착공 지원 방안도 함께 내놨다.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의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소유권을 확보했을 때 토지 선금을 지급하고, 조기 착공에 성공했을 때는 매입대금을 선지급하기로 했다(한국경제, 2025.11.5).
과거에는 집과 직장이 좀 멀어도 지금과 같이 교통혼잡이 심하지 않아 출퇴근 길이 견딜만했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점점 고행의 길이 되면서 삶의 질도 그 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집이 좀 좁고 누추하더라도 직장 근처에 내 집이 있다면 하는 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의 바램일 것이다.
그러나 직장근처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아무리 싸고 질좋은 임대아파트라도 직장에서 먼거리에 있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즉 직장근처인 도심지에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직장주변 도심권에는 임대아파트를 지을 땅이 거의 바닥이 났다. 도심권에 소규모라도 값싸고 질좋은 임대주택이 곳곳에 있다고 하면 매우 환영을 받을 것이다.
지난 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021~2024년까지의 서울·경기지역 매입임대주택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2025.10.29)을 하면서 정부는 매입임대주택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서울의 집값을 오르게 하고, 주요 지역의 양극화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정부는 지금 당장 매입임대주택사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LH·SH·GH가 서울 9.8조, 경기 6.9조, 총 16.7조원을 매입임대에 쏟아부어 구입한 매입임대 오피스텔 1채 가격이면 공공아파트 2채가 건설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모르긴해도 시민단체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언론에서 유일하게 검증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정부나 공기업이 발표하는 보도자료는 꼼꼼하게 비판하고 검증하는 언론이 유독 시민단체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측면이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나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기구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발표 자료가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내용일 경우에는 누군가는 검증을 하고 비판을 해야 한다.
해당 경실련의 보도자료를 비판해 보고자 한다. 물론 AI시대에 걸맞게 Gemini와 Perplexity를 이용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① 비교 대상의 비일관성 : 경실련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공공 아파트 분양원가(SH 고덕강일 4단지)와 신축 매입임대 오피스텔 매입가격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법적 용도, 구조, 주거 선호도, 시장 가치 등이 다르므로 동일한 평형(전용 59㎡)을 기준으로 단순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동일한 잣대'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매입임대의 경우 전용 59㎡형은 거의 찾기가 어려우며 보통 전용 18~5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당 가격을 역으로 환산해서 신축매입임대주택의 가격을 산출하는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② 시점 및 지역의 차이 : 비교 대상인 고덕강일 4단지는 2020년 분양되었으며, 오피스텔 매입가격은 2024년 기준으로 물가지수를 적용하여 환산한 가격이다.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 특히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택 시장이 다르게 움직인 점을 간과하고, 과거 시점의 분양원가와 현재 시점의 매입가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③ 분양원가와 매입가격의 본질적 차이 : 분양원가는 사업자의 직접 건설 원가(토지, 건설비, 금융비, 관리비 등)이며 주택 공급자(LH, SH)가 사업지내 건설을 통해 산정한다. 반면 신축 매입임대주택의 매입가격은 시장에서 완공된 오피스텔(또는 주택)을 매매하는 '거래가', 즉 분양 또는 매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다. 건설 과정·판매 방식·사업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분양원가와 매입가격을 1:1로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④ 소비자물가지수(CPI) 적용의 부적합 : CPI는 주택 건설 원가 상승을 완벽히 반영하지 못한다. 건설자재비, 인건비 등은 CPI보다 더 빠르게 오르거나 변동폭이 크며, 주택원가는 지역별 분양가상한제·토지비·사업비 등 정밀한 요소가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 공급하는 방식과 직접 건설 후 분양하는 분양원가 방식은 공급 목적, 과정, 가격 산정 구조 모두 다르다. 단순 CPI 인상률로 4년간의 가격 차이를 맞춘 뒤, 오피스텔 매입가격을 분양원가와 견주어 'LH 매입가가 너무 비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⑤ 도심 주택 공급의 신속성 : 매입임대사업은 공공이 직접 부지를 확보하여 건설하는 방식(공공택지 개발)과 달리, 민간이 건설하는 주택을 매입함으로써 도심지에 주택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 경실련은 가격 효율성에만 집중하여 도심 주택의 빠른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상대적으로 경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분석은 별론으로 하고, 경실련 보도 자료에 의하더라도 2021~2024년까지 총 매입금액과 총매입호수는 나오니 호당 얼마 꼴인지 가격은 금방 계산할 수 있다. 즉, 매입임대주택(오피스텔) 1채의 평균가격은 GH공사가 2.54억원, LH공사가 2.38억원, SH공사는 3.1억원이다.
그럼에도 고덕강일 4단지 공공주택사업지구의 59㎡ 가격이 3.4억원이었는데 이를 동일평형으로 환산해서 LH공사의 매입임대 오피스텔은 6.6억원이고, SH공사의 매입임대 오피스텔은 7억원이라고 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예산 낭비이고 정부가 앞장서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이 시민단체로서 책임있는 자세인지 의문이다.
3개공사가 매입하는 매입임대주택은 1채가 6.6~7억원이 아니라 2.38~3.1억원인 것이다.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도심지에 저소득시민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라고 주장하지는 못할망정 중단하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서울 등 도심권에는 이미 개발가능한 택지가 없어 유일한 임대주택 공급 창구는 소규모 다가구, 원룸 주택 등을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을 원가개념으로 접근해서 비싸게 지으면 안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임대주택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에 많이 지어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 지지 않는다. 정부나 공기업은 비싸게 임대주택을 지었다고 해서 비싼 임대료를 받진 않는다.
서민들은 그 좋은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때문에 주저하게 되고 그나마 임대료가 싸고 관리비가 없는 다가구, 원룸 등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매입임대주택은 입주자격이 생계수급자, 의료수급자, 한부모가족, 최저주거기준 미달자 등 소득 1~2분위에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분들께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를 권유해도 임대료는 고사하고 관리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꺼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입임대주택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분이 LH공사 사장에 지원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번지 수를 잘못 찾으신 것 같다.
공공임대주택은 건설원가가 좀 비싸더라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많이 공급해야 한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