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로 대학 합격이 취소된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딸 조민. 사진=조민 인스타그램
정치란 정의의 실천이다. 정의란 만세의 떳떳함이다. 떳떳하게 사는 삶이 바로 정의로운 삶이고, 떳떳한 인물이 정치하도록 하는 게 정의로운 사회다. '정의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은 그런 면에서 반드시 '정의로운 인물, 떳떳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불의를 저지른 자가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날뛰는데, 그런 사람을 살려준 사람들은 누구인가?
2014년 '입시비리의 대명사, 조국'이 만든 조국혁신당은 22대 총선에서 24.25%를 득표, 비례대표 46석 가운데 12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의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였고, 전북과 전남이 뒤를 이었다. 호남 유권자 가운데 무려 45,6%가 비례대표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호남인들이 이렇게 해놓고도 과연 '정의로운 호남, 민주화 성지 호남'을 말할 수 있을까? (호남 출신으로서 정말 고개를 들 수 없는 결과였다)
이런 선택을 한 호남인의 정서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호남인들은 자기 자녀들을 키우면서 '입시비리 조국을 본받아라. 조국이 강남 살든 말든, 조국 아들딸들이 떵떵거리고 살든 말든, 너희들은 조국을 본받는 게 정의다'라고 가르칠까? 호남이야말로 좌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선택적 정의의 본고장이자, 내로남불의 산실'이 아닐까? 정말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호남이다.
대학입시 관련 부정 사건으로 2018년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가 신문을 도배 됐다. 2017~2018년 그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는데, 시험지 답안을 네 차례 유출시켜서 쌍둥이 딸이 시험 성적을 잘 받도록 했다.
쌍둥이 아버지는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되었고, 만기 복역 후 출소했다. 또 대법원은 2024년 12월 쌍둥이 딸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둥이 아버지는 이혼 후 대인기피증에 걸린 두 딸을 데리고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방 모처로 이사를 갔고, 현재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 논란과 맞물려 이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가 소환되고 있다. 평범한 교사와 유명 정치인이 '입시 비리'를 저질렀는데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판이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국 일가도 쌍둥이 자매 가족처럼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민감한 영역에서 부정을 저지른 대가가 이랬다. 가장은 직장을 잃었고, 가정은 파탄났으며, 아이들은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사회 어디에서도 그들의 편은 없었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주변에서 정치 보복, 표적 수사, 가혹한 처벌 등을 이야기하며 사면, 복권을 이야기한다.
재판 과정에서 그의 가족은 입시 부정에 가담했던 게 명명백백 드러났다. 조국딸 조민 씨도 재판에서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 적 없다며 펄쩍 뛰며 온 나라를 둘로 쪼갰던 것 치곤 허망한 결말이었다.그럼에도 사회를 속이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조국 씨와 그의 가족이 상실한 것은 무엇일까. 시간? 명예? 돈?
그의 주변에선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나오네, 보궐선거에 출마하네,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치인으로서 복귀했고, 조국혁신당 대표가 됐다. (혁신이란 단어가 이런 데 쓰이는 걸 보니 내가 국어를 잘못 배운 거 아닌지 모르겠다. 혼란스럽고 황당하다.)
정경심 씨는 그간의 일을 책으로 엮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조국 씨의 딸 조민은 잠깐의 의사 생활을 거친 뒤, 초셀럽이 되었고 화장품 사업가로도 변신했다. 사업도 잘되는 모양이다. '성(聖)가족'으로 떠받드는 지지자들과 사회 곳곳에서 적잖은 영향력으로 이들을 '희생자' '투사'로 만들어주는 든든한 동료들 덕분이다.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란 말이 많은 사람들을 상실감에 빠트리는 현실에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