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의 주 대상이 되고 있는 연립 및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역. 9월 말 기준 정부와 검경이 지난 1년 동안 실시한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약 3천 명의 전세사기 사범을 검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민국 사기범죄 건수는 2020년 35만건으로 2011년 22만건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60%가 증가하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절도’가 범죄 건수 1위인데 한국에서 ‘사기’가 1위를 차지한다. 우스갯소리로 헌법 제1조를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다’라고 고치자는 말까지 나온다.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이 ‘사기산업’이라는 농담도 한다.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저렴한 빌라를 찾아간 수많은 청년과 서민들이 보증금을 떼어 고통받고 있다. 전 재산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잃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여러 명이다.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대책은 사후 약방문 격이며 사기범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전세 사기 못지않게 주가 조작도 단골 사기 영역이다. 지금도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주가 조작 세력이 외국계 증권사를 끼고 유통물량이 적은 8개 종목을 3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해 통정매매하며 주가를 몇백 %씩 상승시키다 적발된 사건이 화젯거리다. 다단계 방식으로 모집된 투자자들은 1000여명이며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 공무원, 의사 등의 사회 저명인들을 망라한다. 투자자 피해 규모는 1조원 가량인데, 주가 조작 종목들이 연일 하한가를 치며 시가총액이 8조원 이상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예상을 초월한다. 뒤늦게 주가 조작을 포착한 금융당국이 강제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피해가 크게 발생한 다음의 뒷북치기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뜨겁게 불어 닥친 코인 투자 열풍에 편승해 부실한 코인을 남발하며 사기 친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수사당국은 2020년 이후의 코인 사기 피해액을 6조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코인 사기에 속아 투자금을 잃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수십 명에 이른다. 얼마 전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청부 납치 살인사건도 코인 사기를 둘러싼 원한 때문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보이스 피싱, 펀드 사기, 다단계 사기 등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기 사건이 부지기수이다. 크고 작은 사기 사건이 매일같이 벌어진다. 참, 사기꾼이 많고 사기 수법도 다채롭다.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사기꾼은 애교에 속한다. 한탕 하여 큰돈을 벌려는 악덕 사기꾼들이 조직적으로 대형 사기를 치며 국가 재난급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법의 탄생이란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이다. 그런 사회가 인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던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부정(不正)을 행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지만, 성숙해지면서 부정을 통해 이익을 챙기거나 부정을 당해 손해를 보는 것 둘 하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법이 생기게 되며 법에 의해서 제정된 것은 공정하다고 했다.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법으로 연결되므로, 정의가 법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정의(Justice)가 사법으로 번역되는 사상적 뿌리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에 대한 믿음은 선량한 약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이었다. “법이 있어, 법이!”라는 약자의 말 한마디는, 그 법이 우리 개인과 공동체를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표현이었고, 그 법은 모두가 받아들이는 성역 같은 것이려니 하고 믿고 법치를 존중하면서 살아왔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이것이 깨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을 지키지 않아 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을 전과자(前科者)라고 부르는데, 나라를 끌고 가는 정치인 가운데 전과자가 많다. 그래서인지 벌금형 이상 전과자 수는 2007년에 공식적으로 1000만 명을 넘었다. 2016년 조사 때 전 국민의 26%, 2020년 통계에서는 전 국민의 29%가 전과자라고 보고된 사례도 있다. 특히 성인 남성의 범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놀랍게도 그 절반 가까이가 전과자라는 말이다.
형무소에 다녀온 숫자를 별로 표현하듯 진짜 전과자를 별을 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암담한 사회의 모습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