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옆에 밴스 부통령과 베선트 재무장관이 서있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박정치가 미국 안팎에 전방위로 펼쳐지면서 후유증이 결국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 민주당이 2026년 예산안에 찬성하지 않아 셧다운이 길어지면 공무원을 대거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 의장에게는 기준금리를 2.0%대로 대폭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후임 연준 의장 인선에 나섰고, 자유무역 질서를 깨고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면서 관세폭탄으로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10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노벨평화상에 자신을 선정하라고 압박하고 나서 그의 수상 여부가 올해 노벨상 선정의 최대 이슈가 됐다.
트럼프는 그동안 6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자평하면서 노르웨이 정부에 압박을 거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누구나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2020년 1기 집권당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외교 정상화를 끌어낸 ‘아브라함 협정’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자신이 올해 1월 취임 이후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 콩고민주공화국 반군전,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 등 최소 6건의 분쟁을 종식시켰다고 강조하면서 노벨평화상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분쟁의 대부분은 단기적인 성격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요인으로 분쟁 원인이 사라졌거나 이미 소규모화돼 트럼프의 공이라는 것에 대해 해당 지역들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스웨덴 정부와 노벨위원회 외에도 노벨평화상을 결정하고 수상식을 거행하는 노르웨이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노르웨이 정부 역시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벨상은 평화상 외에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이 주관이 돼 시상식도 12월 10일 전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지만,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평화상은 노르웨이가 정해서 오슬로에서 시상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노벨평화상 심사를 위해 국회의원 중 5명을 선정해 6년 간 심사위원 자격을 주는데, 이번 노벨평화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노르웨이 한 정부 관계자는 “만일 트럼프가 상을 받지 못하면 병가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만일 트럼프가 상을 받지 못할 경우 노르웨이 국부펀드 관계자에 대한 비자 제한이나 관세인상 보복을 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협박정치로 현재 미국 공무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 2026년 예산안은 오바마케어 부분을 삭감하면서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셧다운된 상태다. 이에 트럼프는 민주당이 예산안에 계속 반대해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수천명 이상의 중앙정부 공무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고의 이유는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10월 1일부터이기 때문에 이미 미국 정부는 일주일 째 셧다운이 된 상태다. 예산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올라가있는데,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53명의 공화당 의원들만 찬성하고, 나머지 민주당 소속 47명이 반대를 하고 있다.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60명이 찬성해야 해서 민주당 의원 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의 쟁점이 된 오바마케어는 민주당의 텃밭인 저소득층의 중요한 의료복지 혜택이기 때문에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절대로 양보를 할 수가 없어 트럼프와 민주당의 대결은 장기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도 미국 경제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현재 기준금리에서 2.0% 이상 대폭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파월은 오히려 관세로 인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물가는 파월의 우려대로 관세 여파로 상승세가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주요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 물가에 수프 캔부터 자동차 부품에 이르는 다양한 수입품을 중심으로 ‘트럼프 관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6개월 동안 오디오 기기 가격이 14%나 급등했고 의류는 8%, 공구·하드웨어·부품 가격은 5% 올랐다. 이 품목들은 미국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들로, 관세 인상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달 31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소매물가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되는 아동 의상은 평균 3~4달러, 성인 코스튬은 5~8달러 상승했다.
이번 주부터는 세계 최대 가구제조업체인 애슐리 퍼니처가 최대 12%의 가격인상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은 연목과 목재에 10%, 목재 가구와 주방 캐비닛, 세면대에 25%의 관세를 10월 14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의 협박정치의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향후 미국 경제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튈 지에 미국 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값과 디지털골드인 비트코인 등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금값은 전날 온스당 3990달러를 기록했고, 비트코인 역시 역대 최고치인 12만6000달러를 돌파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의 협박정치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힘을 가지고 억지를 부리는 과정에서 기존의 질서가 깨지고 있는데, 그 결과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그 악영향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부메랑 현상이 발생하고 그 여파가 글로벌 경제를 다시 강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