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도 최고가를 자랑하는 서초구 반포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수도시민경제 DB
경제의 원리는 간단하다. 물건이 넘치면 가격이 내려가고, 물건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공급이 넘치면 값이 내리고, 공급이 부족하면 값이 오르는 소위 '희소성의 원리'가 작동한다. 추석 명절에 각종 제수용품 값이 오르고, 최근 비트코인 값이 오르는 것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므로 앞으로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값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생산을 줄이므로 앞으로 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사마천이 쓴 <사기>의 화식열전에 보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반드시 떨어지게 마련이고 너무 떨어지면 다시 오르기 마련이다.”와 “사람들이 버리고 돌보지 않을 때는 사들이고 사람들이 모두 사들이려고 할 때는 내다 판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경제의 기본 원칙임을 천명한 대목이다.
다음은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첫째, 20~40세대에게는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1970년대에 2차례의 '석유파동(오일쇼크)'가 있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라는 산유국 모임이 공급을 확 줄이자, 국제 유가가 1973년 9월 배럴당 3.07달러에서 1974년 1월 11.65달러로 약 4배 상승했고, 대한민국에서도 물가상승률이 1973년 3.5%에서 1974년 24.8%로 치솟았다. 경제성장률은 1973년 12.3%에서 1974년 7.4%로 크게 하락했고, 무역수지 적자도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그런 오일쇼크가 없을까? OPEC가 아니더라도 석유를 공급할 산유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 캐나다 등으로 OPEC가 석유 공급을 줄이면 부족분을 채워줄 나라가 늘면서 과거와 같은 오일쇼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둘째, 국제 금값은 왜 계속 오를까? 금의 공급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광에서 새로 채굴되는 금의 양은 연간 약 2,500~3,000톤이며, 이미 사용된 금이 회수되어 공급되는 양은 연간 약 280~300톤 수준이다. 2020년 기준 누적 금 공급량은 약 20만 톤이며, 현재까지 채굴 가능한 금 매장량은 약 5만 4,000톤으로 추정된다. 금 공급은 수요 증가에 비해 제한적이므로 좀처럼 금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금이 안전자산이라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공급이 확 늘어날 수 있다면 그까짓 수요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금공급이 어려운 것은 금을 생산하려고 해도 그 비용이 너무나 비싸서 전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 생산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2005년 5대 금광회사들은 금 1온스를 생산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12.7갤런의 디젤을 소모했는데, 2013년에는 금 1온스를 생산하기 위해 25.8갤런의 디젤을 소비했다. 8년간 1온스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디젤이 2배로 증가한 셈이다. 즉 세계 5대 금광회사들의 에너지 생산성이 1/2로 감소했다.)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 원리는 대한민국 부동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국토부 장차관이 주택정책에서 '전문가는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생각하자.
국토부의 김윤덕 장관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북대 회계학과를 나왔으며 줄곧 정치권에 머문 인물, 그것도 상당 기간은 전북에서만 살았던 인물이다. 이상경 1차관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나와 줄곧 대학(가천대)에만 있었으며 현장에서 주택정책을 직접 해본 적이 없다.... 인사는 적재적소여야 하는데, 참으로 '주택에 혜안을 지닌 인물들(?)'이 포진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에는 급한 불이 붙어있다. 이재명 정부가 벌써 두 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7% 올랐다. 주간 단위로는 12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첫 주부터는 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 오후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민간 통계는 더욱 심각한 수치를 보여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34%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4개개월이 지난 지금 부동산 정책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세 번째 대책에선 더 센 규제의 칼날을 꺼내느냐, 아니면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시장의 불안을 달래느냐다.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 시즌2’로 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5년 임기 동안 20여 차례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집값은 껑충 뛰어올랐다. 당시 대출·세금·거래제한 등 전방위로 쏟아낸 부동산 규제는 각종 부작용을 낳았고 집값 안정이란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결국 성난 부동산 민심은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이 정부 지난 두 번의 부동산정책은 이미 시장에 내성이 생겨, 수도권 집값 잡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집값 상승세보다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백약이 무효”, “영끌”, “벼락거지”, “두더지 잡기”, “풍선효과” 등등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관련 신조어들이 다시 얼굴을 들이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어쩌면 문재인 시즌 2보다 더 한 부동산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