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


주택공급 관련 법령에 따르면 주택의 공급은 건축법 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은 사업주체가 건설하는 주택(아파트의 경우 30세대) 및 복리시설을 분양 및 임대하는 것을 뜻하고, 공급하는 조건.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정하고 있다(주택법 제54조, 공공주택특별법령상의 공급방법은 논외로 한다). 30세대 미만인 경우는 그나마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경제학에서 '공급supply'은 생산자가 시장에 제공하려는 재화나 서비스의 양을 의미하며, 단순히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판매 의도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우리의 주택공급 개념은 사업주체가 주로 택지개발 및 재개발 등으로 인한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물론 기존주택을 취득해서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분배distribution'란 생산 결과물을 참여자에게 공정하게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어떤 방법으로 나누어 줄 것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주택을 청약방법, 추첨방법, 소득, 자산 및 자동차 가액, 공공임대, 공공분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배를 한다고 하지만 이 때의 분배는 공급의 보조적 개념이다.

'주택공급'이 양적 개념이라 한다면 '주택분배'는 질적 개념으로 전자가 주택부족 완화, 가격안정에 주안점을 둔다면 후자는 사회적 형평성이나 주거권을 보장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택은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즉, 공급의 보조적 개념이 아닌 독립적 개념으로써 분배가 역할을 하고 있는가?

기존주택은 다주택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물량들로 인해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신규주택의 경우에도 너무 많은 허들로 인해 제대로 분배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주택수는 2,200만호(국토부 주택보급률지표상 2,370만호, 통계청자료1,955만호. 발표지표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주택수도 문제다) 정도 되고 가구수는 2,207만이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245만 가구이고, 무주택 가구수는 96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43.6%를 차지한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중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324만 가구이다. 1주택만 소유한 가구수는 1,245만-324만=921만가구가 된다.

그러면 전체주택수 - (1주택소유가구수+2주택이상소유가구수) = 초과 또는 잉여소유주택이 된다. 즉, 2,200만-(921만+324만)=955만호의 주택은 잉여 주택이다. 주택 수의 약 43%는 투자 또는 투기의 수단으로 이른바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 주택분배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주택자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근 수십년 동안 다른 유형의 자산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고 국민소득에 비해서는 특히 더 빨리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심해지는 빈부격차의 원인 및 결과와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점점 커졌다 (땅과 집값의 경제학, Josh Ryan-Collins외, 2018, 사이. 241).

최근 수십년 동안 불평등을 떠받쳐온 소득 대비 자산 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생산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용지의 가치상승>에 있다. 그리고 레버지리 투자와 상속으로 더욱 강화되는 이런 역학관계가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 말고도 생활수준과 지역 불균형에도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오늘날 많은 선진국에 존재하는 중요한 경계선이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의 소유여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땅과 집값의 경제학, Josh Ryan-Collins외, 2018, 사이. 242).

우리만 유독 주택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평등이 문제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주택자산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평등 정도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주택 이상 소유하고 있는 324만 가구로 하여금 거주하고 있는 주택외에는 시장에 내놓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1가구 1주택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안정은 주택공급 못지 않게 주택분배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44%에 달하는 무주택가구가 공평하게 주택을 분배 받을 수 있도록 "주택 분배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신규주택을 분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존주택을 분배하여야 하고, 지금은 기존주택의 분배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택의 공급, 공급, 공급이 아니라 분배, 분배, 분배가 문제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