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에 등장하는 미국 해군이 독자 개발한 기종인 F=14 톰캣
3군 사관학교를 합친다는 이야기가 있어 농담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지금 국내외 어려운 문제가 산적(山積)해 있는 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 복무를 해군으로 한 사람들은 미 해군 군가 ‘닻을 올려라’ (Anchors Aweigh)를 알 것이다. 지금의 가사는 육지에서 잘 놀았으니 그것은 뒤로 두고 아침 일찍 앵커를 올리고 바다로 나가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원래 가사는 조금 살벌했다. “육군을 부셔 버리자, 육군은 저리로 꺼져버려라”였으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해군가는 20세기 초에 육사(웨스트포인트)와 해사가 미식 축구를 할 때 해사 생도들이 부르던 응원가였다. 1906년에 열린 1회 대회에선 해사가 육사를 10대 0으로 이겼으니 당시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그 후 공식적 가사에선 ‘육군을 쳐부수자’ 같은 것은 빠져 버렸으나 해사 생도들은 지금도 오리지널 가사를 즐겨 부른다고 한다.
육사 대 해사 간의 축구 경기는 지금도 대학 축구 경기에서 열기가 높다. 이렇게 육사와 해사가 치열하게 스포츠로 다툰다고 해서 육군과 해군이 합동작전이 잘 안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게 경쟁을 해야 전반적으로 자군(自軍)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고 그것이 결국에는 전력(戰力)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상 기지에서 발진하는 공군 항공기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해군 항공기는 스펙 자체가 달라서 각기 특성에 부합하는 기종(機種)을 쓰기 마련이다. 미국을 베트남 전쟁으로 몰아넣은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쓴다면서 공군과 해군이 함께 쓸 수 있는 전폭기를 개발하려고 했다. 그 기종의 개발을 두고 잡음이 많았을 뿐 더러 해군은 처음부터 그런 발상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 기종은 해군 항공모함에서 이착륙이 불가능함이 밝혀져서 해군은 뒤늦게 독자 모델 개발에 나섰다. 그런 이유로 미 해군은 F-4 팬텀 후속 기종 개발에 늦어서 전력(戰力) 유지에 곤란을 겪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해군이 독자 개발한 기종이 F-14 톰캣이다. 영화 <탑 건>에 나온 바로 그 천하무적(天下無敵) 톰캣 전투기인 것이다.
그러니 제발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