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신령이 혼(魂)과 백(魄)으로 나뉜다.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땅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제사는 혼과 백을 불러와야 시작이 되는데, 혼을 부르는 의식은 분향(焚香)으로 향을 피우는 것이고, 백을 부르는 의식은 관주(灌酒)즉 땅에 술을 붓는 것이다.
제사는 천국 체험이고, 제사 음식은 천국을 체험하면서 먹는 천국의 음식이다.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가장 진기하고 맛있는 음식이어야 했다. 천기는 코로 흡입하고, 지기는 입으로 섭취한다.
왜 제사를 지내는가?
첫째, 생기충전의 기회다. 부모는 경쟁상대가 아니므로 부모를 만나면 긴장을 풀고 세상을 사는 힘을 다시 얻게 된다. 돌아가신 부모를 보기 위한 방법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 부모도 욕심과 본심이 있는데 바로 부모의 본심이 공자의 인(仁), 불교의 자비(慈悲), 예수의 사랑이다.
둘째, 살아있는 사람들의 회합의 기회다. 행복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고, 불행은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갈등하며 사는 것이다. 화합을 위해 좋은 게 제사이다. 형제가 모이려면 부모 제사를, 사촌이 모이려면 조부모 제사를, 육촌이 모이려면 증조부모 제사를 지내면 된다. 그런 면에서 제사는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셋째, 제사는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이다.
넷째, 제사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기회이다. 제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여시켜야 하므로, 무능하고 못된 사람도 참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정해진 자리가 있는데, 여기에는 잘났고 못났고의 구분이 없다. (다만 명망이 있는 자에게는 헌관(獻官)이나 축관(祝官) 혹은 봉작(奉爵) 등의 역할을 준다. 나이가 많으나 항렬이 낮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음복주를 먼저 마시게 한다.)
시조에 제사 지내면 그 자손들이 모두 회합해 일체감을 조성할 수 있듯이, 천제에 제사를 지내면 세상 모든 사람을 묶을 수 있다. 사람들이 일체감을 가지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 정치의 목적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 천제에 대한 제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중국 황제들은 태산에서 제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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