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장관에 지명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윤덕 의원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진보정부 출범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면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된 23일 만에 첫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이번 정부도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이 부동산 문제가 최우선 해결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불확실한 상황을 이끌 책임자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 선임이 19개 부처 장관 중 가장 늦게 발표된 것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11일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명한 것은, 그동안 뜸을 들인 결과 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 ‘6.27부동산대책’이 발표 당시에는 엄청난 효과를 볼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수도권 집값 흐름이 발표 두 주 만에 다시 원위치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 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불편함만 가중시키고 근본적인 목표인 집값 잡기에는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27부동산대책이 나오기 바로 전인 6월 27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27% 올랐지만, 대책이 나온 1주일 뒤인 7월 4일에는 0.02% 상승으로 상승폭이 대폭 낮아졌다. 그러나 또 일주일 뒤인 7월 11일 발표치는 0.29%로 대책 발표 전 상승폭보다 더 커졌다.

서울 역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6월 27일 0.54% 상승이 7월 4일 -0.02%로 하락 반전했다가, 7월 11일에는 0.53%로 대책 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수도권 전체를 놓고 보면 0.34%->0.03%->0.37%로 대책 이전보다 상승폭을 더 키웠다.

이재명 정부가 기획재정부장관이나 국토교통부장관 등 부동산 관련 장관들을 선임하기 전에 극약처방으로 고강도 부동산 수요억제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흐름을 막기에 역부족이면서, 대책 발표 두 주 만에 집값 상승세가 원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정책 약발 효력 기간을 보는 듯 하다..

문재인 정부는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부동산 비전문가를 선임하면서 대한민국 역대 정부 중 집값을 가장 많이 올린 정부라는 오명을 안게 됐는데, 이번 김윤덕 장관 후보자 선임을 보면 그때와 많이 닮아 있어서, 앞으로 이재명 정부에서의 집값 흐름도 문 정부 때와 닮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문 정부 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당시 전라북도지사 자리를 목표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장관을 했다는 말이 돌았었다. 전북도지사를 하려면 집값 잡는데 성공을 했어야 했는데, 김 장관은 취임하고부터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나오는 족족 실패하면서 오히려 그 자리가 독이 됐고, 결국 도지사 경선에도 나가지 못하는 처지가 됐었다. 당시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입장에서 장관 후에 총리 등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것으로도 예상됐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중앙정치무대에서 밀려났고, 결국 전북지사 자리에 도전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의 첫 국토부 장관에 지명된 김윤덕 3선의원은 지난 민선 8기에도 전북도지사 자리를 노렸지만 당시 컷오프 당한 송하진 전 지사 측이 과거 바른미래당 출신인 김관영 후보측에 합류하면서 경선에서 밀렸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친명세력 중심으로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보여 김 의원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김관영 현 지사와 안호영 의원 간 당내 경선에서 리턴매치가 예정돼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당내 사무총장을 맡은데다가 국토부장관 까지 맡게 되면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지각변동을 잘 마무리 해야 가능한 사안이다. 부동산 관련 경력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국토부 1차관에 선임된 이상경 전 가천대 교수의 수요억제정책에 도장만 찍다 보면 자칫 시장이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

김윤덕 장관 후보자는 지난 12일 기자단에게 “선호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면서 주택 공급 정책을 적극 펼칠 것임을 밝혔다.

쉬운 말 같지만 김 후보자가 말한 주택 공급은 가장 어려운 정책을 의미한다. 신속하게 시장의 숨을 죽이기 위해 6.27대책처럼 수요억제책을 쓰는 것은 쉽지만, 주택을 공급하는 것, 더구나 선호지역에 선호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웬만한 전문가들도 어려운 일이다. 수요억제책은 당장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공급대책은 효과가 나올 때까지 시차가 큰데다 이해관계자도 무수히 많고, 인허가 사항이고, 재원조달 방식을 정하고, 건설사들 참여도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를 공급하는 지. 어떤 지역에 어떤 상품을 공급하는 지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문제다.

이런 어려운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자리를 선문답 하는, 정치적인 논리를 가진 인물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김 후보자가 정확한 시장 진단과 그에 맞는 정책으로 불안정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정치인 출신들이 위기의 시장을 안정시킨 사례가 없어 보여, 불안함을 숨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이재명 정부 첫 조각은 내년 지방선거용이란 말이 많다. 스타급 후보자들을 만들어 주요 시도지사 후보로 내보내기 위한 몹값 올리기용 조각이란 지적이다. 거기에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공을 세운 정치인들에 대한 보상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외교를 비롯해 경제관련 부처, 그것도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흔들어대는 부동산 관련 장관은 제대로 된 전문가를 써야 하는데 매우 아쉽다.

이미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6.27부동산대책으로 더욱 꼬이기 시작했고, 풍선효과와 시장 저항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머지않아 후속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맛보기’란 표현이 가진 자신감과는 달리 별다른 기대가 되지 않는다.

김윤덕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앞날이 가시밭길이 되는 것은 관심 없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 가시밭길이 펼쳐질 지가 걱정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