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사옥. 젠슨 황 CEO는 그룹 사옥의 디자인으로 삼각형 형태를 적용했는데 그 이유로 삼각형은 컴퓨터그래픽의 기본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엔비디아 홈페이지

AI반도체 기업 세계 1위인 엔비디아가 시총 4조달러를 넘어서는 등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엔비디아는 9일(현지시간) 1.8% 상승한 162.88달러로 마쳐 종가 기준 시가총액 3조974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장중 시총 4조달러를 터치하면서 역사적인 시총 4조달러 종목이 탄생된 것이다.

1993년 현재 CEO인 젠슨 황이 자본금 4만달러로 동료 2명과 창업한 엔비디아는 1999년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후 2년 만인 2001년 S&P500지수에 진입했고, S&P500 진입 24년 만에 드디어 시총 4조달러를 최초로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일종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32년 만에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스타트업 공동묘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신화가 탄생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창업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주의 깊게 들여다 봐야 할 대목이다.

엔비디아의 시총이 처음 1조달러를 돌파한 시점은 2023년 6월이었는데, 이 후 불과 8개월 만인 2024년 2월에 2조달러를 돌파했다. 이 후 4개월 만인 2024년 6월 3조달러를 돌파한 후 약 1년 만에 4조달러를 돌파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3조달러에서 4조달러까지 1년여가 걸렸는데, 그동안 잠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출현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고사양 반도체 공급 규제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한때 주가가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면서 시총 증가속도가 지연된 것이다. 어쨌든 2023년 AI시대가 열린 후 주가는 10배 이상 뛰었다.

엔비디아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명을 NV(Next Version)로 지으면서, 당시 세계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를 주도하는 인텔을 대신해 미래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단순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의미있는 회사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창업자 젠슨 황이 라틴어인 Invidia를 가져와 기존 회사명인 NV를 살리는 의미로 엔비디아(NVIDA)로 정했다.

라틴어 Invidia는 부러움, 질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엔비디아의 오늘날 모습은 이름 그대로 글로벌 모든 기업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

미국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미국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나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회사명과 대비된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세르비아어로 도끼라는 뜻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선에 참여해 국가효율부장관까지 했지만 결국 트럼프와 원수지간이 됐는데, 결국 도끼로 제 발등 찍은 꼴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이름이 현실이 됐다.

머스크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걱정하면서 미국당을 만들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에서 2~3석, 하원에서 8~10석을 확보해 캐스팅보트를 쥐겠다고 작정했지만, 그 전에 트럼프에 의해 추방이 될 수도 있는 입장이어서 테슬라의 경영자리스크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와국 출신인데, 병역 기피를 위해 어머니 고향인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미국으로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들어왔지만 바로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트럼프는 여차하면 이민법 위반으로 추방할 기세다.

젠슨 황이 1993년 창업하기 전에 근무했던 AMD의 현재 시가총액은 2244억달러로 엔비디아의 약 20분의 1 수준이다. AMD도 AI(인공지능)용 반도체 칩을 공급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글로벌 AI반도체칩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독주가 앞으로도 얼마나 지속될 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총 4조달러는 세계 GDP 5위인 일본 GDP와 비슷한 수준이고,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장 1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3배에 달한다.

불과 7~8년 전에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엔비디아보다 많았는데, 현재 삼성전자는 오히려 후퇴한 반면, 엔비디아는 10배 이상 오르면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30년 간 시가총액 1위를 달렸던 애플 역시 AI 시대를 준비하지 못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낮은 3위로 밀려났다.

삼성전자 역시 AI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의 흐름을 타지 못해 결국 올 2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고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되는 기업이 됐다.

엔비디아의 무서운 성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술공룡기업들 대부분은 구멍가게 같은 스타트업부터 출발했다.

우리나라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대한항공 같은 선대부터 물려받아 재벌로 성장한 기업들과는 출생신분이 완전히 다르다. 잰슨 황은 처음 생계를 위해 햄버가가게를 운영하기도 했었다.

미국 빅테크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면서 혁신과 혁신을 거듭하면서 시장을 일궈나갔던 것이고, 그들의 유전인자에는 오로지 혁신만이 들어있다. 지난 2분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삼성전자의 경우만 봐도, 과거 20여 년간 세계 반도체시장을 호령하면서 굳어진 관료주의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세계 1위라는 오만함이 변화를 거부했고, 혁신을 멀리하면서 중심부에서 결국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모두 엔비디아와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발전사를 자세히 연구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정부도 재벌기업 중심의 그라운드보다는 새롭게 의욕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각종 스타트업에 전폭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차원이 아닌 국가 프로젝트로 그들의 성과를 보호해주고, 대기업의 횡포가 게임의 룰을 지배하는 기울어진 시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대한민국 1위면서 세계를 호령했던 삼성전자가 쓰러진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제2, 제3 삼성전자를 만들어야 하고, 엔비디아 같은 꿈을 꾸는 싹을 심고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그리고 매우 시급하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