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쇼크에 빠진 삼선전자. 사진=수도시민경제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장 비중 1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어닝쇼크가 주는 시사점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기술경쟁력이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일회성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9% 줄어들었고, 바로 전 분기에 비해서도 31.2%나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는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기 때문에 반토막 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바로 전 분기에 비해 30% 이상 영업성적이 악화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매출도 떨어져 74조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2분기에 비해서는 0.09% 떨어졌고, 전분기 대비로는 6.49% 하락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실적 악화와 관련 “반도체 사업부(DS)가 재고충당 및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對中) 제재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일회성인 듯 설명했지만, 이런 간단한 몇 마디 해명으로 문제를 피해갈 상황이 아닌 심각한 사태로 봐야 한다.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3분기 들어서면서부터 ‘위기의 삼성전자’란 경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숀 킴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반도체 시장에 대해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란 보고서를 내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침체를 점쳤고, 한달 뒤인 10월에는 ‘메모리 반도체 투자의견 하향 관련 질의응답’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재차 반도체 시장 침체를 경고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2025년까지 반도체 겨울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대폭 낮추기도 했다.

지금 보면 숀 킴의 전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결과를 낳았다. 즉 삼성전자에 대한 예상은 맞았고,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틀린 것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이렇게 뿌러진 이유를 꼽으라면, 우선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HBM이 메모리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현재는 15%까지 늘어났는데 문제는 점유율 15%인 HBM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모든 영업이익은 HBM이 가져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엔비디아 AI칩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TSMC에 HBM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아직도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 간에 운명이 완전히 갈려버렸다.

삼성전자는 HBM시장 선도에 실패하면서,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서둘러 레거시반도체라고 할 수 있는 저급 HBM을 만들어 중국에 공급하려 했지만, 트럼프가 저급 반도체에 대해서도 중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삼성전자는 엄청난 재고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이번 2분기 실적에서 1조원의 충당금 설정은 중국 향 HBM반도체를 손실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창고에 쌓아놓고 납품을 하지 못한 재고 비용을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시장 가이던스인 영업이익 6조원에 1조4000억원이나 낮은 어닝쇼크를 맞이한 꼴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전영현 부회장에게 메모리부문까지 총괄하는 DS부문장 자리에 앉혔다. 당시 시장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지적이 있었고, 10여년 전 삼성전자를 세계 1위 자리에 올린 량멍쑹을 몰아냈던 인물들이 핵심 자리에 앉는 모습에 삼성전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2011년 고 이건희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입한 량멍쑹은 당시 시스템LSI사업부를 맡아 14나노 반도체 공정을 성공해 삼성전자를 세계 1위의 반도체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고 이 회장이 쓰러지고 난 후 밀려나 지금은 중국 SMIC에서 화웨이 도약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부문에서 매년 2조원 이상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삼성전자의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반도체부문(DS)에서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DS부문 영업이익을 40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정도면 연구개발비는 커녕 반도체 라인 보수비용도 나오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결국 전영현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위상이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게 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하반기 납품은 이미 물건너갔다. 하반기 납품을 하려면 벌써 품질테스트에 통과를 했어야 했다.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있는 AMD에 HBM을 납품한다고 하지만, AI칩 시장에서 AMD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결국 삼성전자의 운명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는데 그동안 엔비디아 납품에 올인해 정면도전을 했어야 했는데, 저급 HBM으로 중국에 수출해 물량을 채우는 꼼수를 쓰려다 트럼프 제제에 막혀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명백한 경영전략 실패고, 경영자 책임이다.

삼성전자는 이제라도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데려와 근본적인 조직 수술을 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으니 조직은 관료화됐을 것이고, 변화를 거부할 것이고, 재무나 인사 중심의 관리자들이 회사를 움직이면서 권력이 편중돼있을 것이다.

기술자 중심으로 조직을 쇄신시켜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프라를 가지고 1년이 넘도록 엔비디아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기술자들의 손끝이 무뎌진 것이고, 기술자들을 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년 간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도하면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면서 최고의 힘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수요자중심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수요자가 설계한대로 공급자는 만들어 공급하는 시장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엔비디아의 AI시장이다. 구글, 아마존 등 AI칩 수요자들의 요구를 받아 엔비디아가 설계를 하고, 그에 맞는 반도체를 대만의 TSMC가 만들고, TSMC에 들어가는 HBM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만들어 납품하는 구조다. 힘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기술의 완성도로 수요에 맞추는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삼성전자 본연의 모습인 ‘기술의 삼성’으로 돌아가야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