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란 핵시설 공격에 나섰던 미국의 스텔스기. 한대에 6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은 겉으로는 중동 내 핵 보유국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붕괴시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핵 무장을 차단한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트럼프의 정치적인 입지를 세우는 목적이 강해 보인다.
트럼프는 올해 1월 취임과 동시에 세계를 향해 미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관세인상 및 비관세 철폐를 주장하면서, 지난 4월부터는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는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그 외 관세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는 90일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협상기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협상에 이른 국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 연간 총 무역적자의 10%가 발생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 전쟁에서는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는 등 트럼프는 입지가 줄어들면서 정치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미국이 스탤스기가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에 천문학적으로 비싼 벙커버스터를 14발이나 퍼붓기 3일 전에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 2주 안에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유예기간을 준다고 해놓고는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물리적 공격을 가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입장이 다급해졌다는 것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이란에 내건 2주간의 공격 유예기간은 트럼프가 각 국과 벌이는 협상 유예기한인 오는 7월 8일과 거의 일치하는 시점이다.
트럼프는 본인이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 정책인 관세폭탄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는 시점에 이란이라는 제물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들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의 이익과는 반대로 미국 내 물가압박으로 인한 금리 동결이라는 상황이 이어지자 협상 시한 보름 여를 앞두고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제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G7정상회담에서도 회담 공식행사 하루만인 16일(현지시간) 밤 급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 시기는 미국 연준의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미국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 하루 전이었다.
이번에도 연준의 파월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확실하게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관세로 인해 미국 물가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거기에 연준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함께 고용악화 등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언급했다.
트럼프는 파월을 향해 ‘멍청한(Stupid)’란 표현까지 쓰면서 공격했지만, 이는 쇼일 뿐 연준의 근거있는 결정에 대해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벗어날 출구전략이 필요했던 트럼프는 급기야 해서는 안될 이란에 대한 물리적인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번 이란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역사적으로 본인들이 공격을 받기 전에 다른 나라를 공격한 첫번째 사례가 됐다.
베트남전쟁도 1964년 통킹만에서 미국 구축함이 북베트남의 어뢰 공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던 것처럼 미국은 현재까지 자신들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공격한 것은 처음으로서 이는 미국의 법을 어긴 결과가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공격을 두고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헌법에서 전쟁을 선포할 권한은 연방의회에 있는데, 민주당은 이번 공격이 선전포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방의회가 선전포고를 하기 위한 조건에는 선제적으로 미국이 공격을 당했을 경우이기 때문에 이번 이란 공격에 대해 연방의회가 동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이란 공격을 두고 팀 케인 상원의원은 “이것은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미국이 자발적으로 뛰어든 전쟁”이라며 “국가안보에 긴박한 이유도 없으며 의회의 토론이나 표결도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이번 이란 공격이 트럼프 정책 실패의 출구전략이 될까?
이제는 이란이 어떠한 공격을 해도 미국은 할 말이 없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던지, 중동 내에 주둔하는 4만여 명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든지, 아니면 미국 내 테러에 나서든지 이란에게 명분을 준 것이다.
이미 이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밤 카타르와 이라크 주둔 미군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 이란은 사전에 미국에 공격을 알리면서 항전의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시설 파괴는 거의 없었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아직까지는 일종의 항의 표시로 보인다.
트럼프가 1989년부터 정권을 잡고 있는 이란의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등 이란 정권교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이란 지도부에서 가장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메네이를 제거할 경우 후임 라흐바르(최고지도자)는 강경파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하메네이를 물리적으로 제거할 경우 이란은 물론 주변 중동 국가들의 여론도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번 이란의 핵시설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 역시 크게 손상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핵개발 능력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시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핵 개발 인력의 실력이고,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시설 파괴는 시간만 조금 늦어질 뿐 핵 개발 역량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실리도 잃고 명분도 없는 단지 관심 돌리기를 위해 수십조원을 쓰면서 본인 입지 살리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중동 불안이 유가 불안을 불러와 미국 관세폭탄 여파와 맞물려 미국 물가상승폭을 키우고, 그로 인해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만 높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만 키우고 있다.
다행히도 이란의 미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이후 국제유가는 크게 하락해 60달러 대로 내려갔지만, 중동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유가는 언제든 치솟을 가능성이 잠재돼있다.
천문학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관세폭탄이라는 오판에 이어 정책 실패가 드러나기 전에 국민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란을 공격하는 두번째 오판이 과연 트럼프와 미국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