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

통계학의 시계열분석 중에 랜덤 워크 프로세스(Random Walk Process, 확률보행과정)란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걸어가는데 현 위치를 제로(0)로 보고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오른쪽이면 플러스(+), 왼쪽이면 마이너스(-)로 계산을 했을 때, 당장 이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즉 랜덤(닥치는대로)하게 걷겠지만, 결국은 어떤 목표에 도달한다는 공식이다.

사회학에서는 사람이나 현상이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당장은 예측하기 힘든 현상들이 나타나지만 그 궤적을 연결해놓고 보면 목표와 연관이 있다는 의미로 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 약 세 달 동안의 걸음걸이를 보면 그야말로 마구잡이로 닥치는대로 걷는 갈지자(之) 걸음이었다. 관세를 가지고 자동차와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후, 나라별로 기본 10%에 추가 상호관세를 많게는 캄보디아의 경우 49%를 때리고, 이 후 중국에 대해서는 총 145%까지 관세를 올렸다. 그러면서 나머지 모든 국가들에 대해서는 갑자기 상호관세를 90일동안 유예하면서 나라별로 협상을 벌이자고 한다. 그야말로 갈팡질팡이다.

지난밤인 12일(현지시간)에는 중국에서 90%를 생산하는 ‘애플 일병 구하기’ 차원의 관세부과 예외품목을 발표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대한 관세부과를 예외시킨 것이다.

애플을 비롯해서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90일 안에 어떤 변죽이 있을 지 완전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아무리 지금은 랜덤한 걸음걸이를 보여도, 그의 걸음은 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연 랜덤한 걸음걸이를 연결시켰을 때 나타나는 목표점은 어디일까? 그것은 아마도 미국이 지고있는 35조달러에 이르는 빚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일 것이다.

미국이 발행한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첫번째 미국의 연준이고 다음이 중국이고, 일본 등이다. 미국 연준 이외에 월등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인데, 미 중 갈등 및 패권전쟁에 돌입하면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전략무기가 될 수 있다.

실제 과거 미국이 발행하는 국재를 가장 많이 사주던 중국이 현재 매입을 중단하면서 미국 국채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반대로 국채 금리가 크게 올라가면서 미국의 국채 발행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만기 돌아오는 국채 해결도 어려운데, 신규국채 발행비용에 이미 발행한 국채에 대한 어마어마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또 국채를 찍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 와중에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시장에 왕창 내놓을 경우 미국은 말 그대로 트럼프 정부는 파산할 수도 있고, 결국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이 상실되면서 미국은 망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 협박은 바로 그런 배경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빚은 빚대로 늘어나는데 무역적자 규모는 매년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해법 찾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는 9184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늘어났다. 매년 평균 1조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열심히 찍어댄 달러가 해외로 날아가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는 약 3조달러에 재정적자는 2조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국채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채 수요를 끌어들여야 하는 시급한 처지다. 다급한 처지에 관세폭탄을 날려서 지난 4월 4일과 5일 딱 이틀동안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1경을 날려도 돈이 국채 매수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국채금리는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이 트럼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국 증권시장이 폭락한 4월 초, 증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채시장으로 들어가지 않는 바람에 국채금리는 7일 4.2%에서 9일 4.5%까지 급등했다. 미 증시와 국채시장에 동반 한파가 몰아친 것이다. 통상 두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요즘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트럼프는 국채 강매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가장 많은 국채를 사준 중국이 팔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미 국채를 더 사주길 원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협박으로 관세를 145%까지 때린 것으로 보인다. 일년에 약 3000억달러씩 대미 무역흑자를 보는 중국이 무역흑자 규모 만큼의 미 국채를 사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66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대만 등등 미국 무역흑자국들은 지난 수년 동안 벌어들인 무역흑자 규모만큼의 미 국채를 사줘야 할 각오를 해야할 것으로도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를 훌쩍 넘게 되고, 그러면 미국은 진짜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가 미국 국채 2억원어치를 사서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미국국채금리 상승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랜덤 워크 프로세스의 목적지는 국채 판매를 통해 미국의 적자문제를 해소해 달러 패권을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관세폭탄과 관련해서 미국 상무부나 USTR(미국무역대표부)를 찾아가 머리를 수그리기보다는 미국 재무부 베센트 장관을 만나 국채매입 계획을 논하는 것이 당면 과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번지수를 잘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트럼프 랜덤 워크 프로세스의 목적지는 바로 '국채 장사'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