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이야기 할 때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 F. A. hayek, 1944)'에서 그 기원을 찾곤한다. 1944년에 지은 책이 1970년대 소위 오일파동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이후 그 해결책으로 신자유주의의 이론이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에 의해 도입되면서 큰 정부보다는 작은정부, 가능하면 시장에 맡겨두자는 주장이 주류가 되었고, 2025년 현재 한국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떤 책의 내용을 인용할 때 일부만을 발췌하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저자의 의도가 왜곡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라는 단어를 특정한 진영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의미있게 다가오는 문단들이 있어 그대로 책의 내용을 인용한다.
『사람들을 자신이 봉사하게 될 가치들의 타당성을 수용하도록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 가치들이 그들이 항상 지니고 있었으나 종전에는 적절하게 이해되거나 인지되지 못했던 가치들과 정말 똑같다고 혹은 적어도 그들 중 최선의 사람들이 지니던 것과 같다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으로 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예전의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전체주의체제의 특징 가운데 언어의 철저한 악용, 즉 새로운 체제의 이상을 표현하는 단어가 종전 의미를 혼란스럽게 변동시키는 것만큼 이 체제의 피상적 관찰자에게 당혹스러우면서도 이 체제의 전반적인 지적 풍토를 드러내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가장 심하게 홍역을 치른 것은 물론 '자유'라는 단어이다. 자유는 다른 어느 곳에서 만큼이나 전체주의 국가들에서 자유롭게 쓰이는 단어이다. 정말 우리가 이해하는 본래 의미의 자유가 파괴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자유의 파괴는 항상 사람들에게 약속된 새로운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우리는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자유의 의미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경종으로 삼아 우리에게 '과거의 자유 대신 새로운 자유'를 약속하며 유혹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들 가운데에서도 우리에게 '그 집단의 집단적 자유'를 약속하며 '자유를 계획하려는 자들'이 있다. 보통 집단적 자유의 주창자는 우리에게 "계획된 자유의 출현은 모든 초기 형태의 자유가 철폐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우리에게 확신시킬 필요를 느끼고 있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그가 주창한 집단적 자유의 속성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하임 박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집단적 자유'는 사회구성원의 자유가 아니라, 전체주의 정치가가 말하는 자유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을 사회에 부과할 수 있는 계획자의 무제한적 자유이다. 이것은 극단까지 추구된 권력을 자유와 혼돈한 것이다.
자유라는 용어만이 유일하게 전체주의 선전에 적합하도록 그 의미가 반대로 변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어떻게 정의와 법, 권리와 평등이란 용어에 똑같은 일이 일어났는 지 살펴보았다. 이런 단어의 목록은 계속 길어져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도덕적 용어와 정치적 용어를 포함할 수 있다/이상 230-232
젊은 세대가 나이 많은 세대 대부분을 지배하는 사상에 대해 별 신뢰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이 옳다. 그러나 연장자들을 지배하는 사상이 여전히 19세기 자유주의라고 믿고 있다면 그들이 틀렸다. 그들은 오도된 것이다. 사실 젊은 세대들은 19세기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19세기의 현실로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거니와 또 그런 힘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그 이상들을 실현시킬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이상들은 결코 천박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할아버지들보다 이 사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일을 엉망으로 만든 것은 19세기의 할아버지들이 아니라 20세기의 우리라는 점이다. 만약 자유로운 사람들의 세상을 창출하려는 첫번째 시도에서 실패했다면, 우리는 다시 시도해야 한다. 실로 개인의 자유를 위한 정책이 유일한 진보적 정책이라는 핵심적 원리는 19세기에 진리였듯이 현재에도 여전히 진리이다./이상 326-327』
위의 문단에서 19세기를 20세기로, 20세기를 21세기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참고로 하이예크는 이 책에서 계획, 계획경제, 계획사회, 집단주의, 집단적 자유, 전체주의 등을 사회주의, 나치, 파시즘의 특징으로 언급하고 있다.
'자유'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 노예의 길(나남, 2010년, 김이석 역)의 내용을 인용하여 작성했습니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