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 왼쪽부터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사진=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 일반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훼손한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이용해 자금을 마련한 후 한화그룹 3세들의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데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0일 발표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라는 점과 함께, 글로벌 증권시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 평가 받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또 한번의 찬물을 끼얹는 소위 주주가치 훼손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주식이 올해 들어서만 3개월도 안된 기간 동안 132% 급등한 상황에서 기습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에 대해 주가 급등을 이용한 한몫 챙기기라는 지적과 함께, 김승연 회장 아들들에 대한 기업승계 자금확보로 보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에오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인 12월 30일 주당 32만6500원에서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올해 3월 19일 75만6000원까지 131.54% 수직 상승했다.
시장에서 문제점으로 제기하는 부분은, 유상증자 3조6000억원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위해서는 이 중 33.4%인 1조2000억원만 사용하고, 나머지 66.6%인 2조4000억원은 타법인의 증권 취득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사 시설자금 1조2000억원 중 국내 방위산업에 9000억원, 무인기용 엔진개발에 3000억원 등을 쓰기로 했다. 타 법인 투자자금 2조4000억원은 해외조선해양 거점확보에 8000억원, 해외 지상방산 거점투자 및 방산 업력 지분투자에 1조6000억원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 관점에서 볼 때 주식가치희석률이 13% 발생했지만 그 자금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들어올 경우에는 결국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어서 인정할 만 하지만, 막상 유상증자의 33.4%만 회사를 위해 투자가 되고 나머지 66.4%는 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아무리 방위산업이라고 해도 엄청난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도 한화의 다른 노림수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국내방산이란 제목 등 막연한 제목을 달았을 뿐 구체적인 투자내역을 밝히지 않아 향후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과 경영권 승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1조3000억원을 인수한 배경 역시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을 위한 조치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약 1달 여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한화오션은 지분 7.3%를 매각한 자금 약 1조3000억원을 한화에너지에 1236억원, 손자회사인 한화임팩트에 8800억원, 해외법인 한화에너지 싱가포르에 2884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세 기업 모두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지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업들이다.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50%를 나머지 50%는 둘째 김동원과 셋째 김동선이 각각 25%씩 가지고 있는 100% 아들들 회사다.
또한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가 지분 52.07%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 지주사인 ㈜한화가 36.31%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47.93%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세 아들들의 후계구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해외법인 한화에너지싱가포르 역시 세 아들들 회사인 한화에너지 자회사다.
그동안 한화에너지는 지주사 ㈜한화의 주식을 꾸준히 모아서 현재 22.16%까지 지분을 높여놨다. 세 아들이 가지고 있는 ㈜한화 지분 9.19%까지 합하면 31.35% 지분으로 실질적인 지배력이 생겼다.
세 아들이 ㈜한화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2.65%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 회장의 지분 없이도 그룹 지배권을 거의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세 아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시킬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주주는 ㈜한화로 33.95%의 지분을 가지고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한화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세 아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이 향후 한화오션의 조선산업에 대한 지배권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 역시 세 아들을 위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의 11.57%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와 관련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이어 올 2월 삼성SDI의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가 이어지면서 증권시장 전체의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영업이익이 수천억대인데, 유상증자로 큰 돈을 벌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이 중점심사 유상증자 기준을 공개해놓고도 이번 유상증자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것과 관련해서도 금감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IPO(기업공개)와 관련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방향을 공개하면서 ‘중점심사 유상증자’ 선정 사유를 밝혔는데, 주주권익 훼손의 내용으로 주식가치 희석화,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 등의 조항이 중요한 규제사항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세 아들에 대한 승계 과정에서 오래 전부터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세 아들 100% 지분 회사인 한화에너지를 설립해 지주사인 ㈜한화 주식을 공개매입하는 등 지분을 늘려온 것에 더해, 주요 회사의 지분을 확보해왔다”면서 “지난 2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7.3% 인수자금으로 한화에너지 관련기업들에 투자를 해준 데 이어,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는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역시 3세 경영권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