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유정복 시장이 106번째 맞이한 3.1절 기념행사 후 시가행진에 참여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실제 만세운동을 재현한 시가행진을 통해 3·1 만세운동의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나눴다. 사진=인천시

지난 3월 1일은 1919년 일제하에서 한민족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비폭력 독립운동을 일으킨 지 106년이 되는 날로서, 대한민국 헌법의 기반에 흐르는 3.1정신을 되살리고 계승 발전시키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날이다.

대한민국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지 한일합방 기준으로는 9년 만,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긴 것을 기준으로는 14년 만에 전국 단위 3.1운동이 일어난 것은 1918년 미국 28대 대통령인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에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1차세계대전 직후인 1918년 1월 8일 윌슨은 민족자결주의를 강조하면서 “각 민족은 자신의 정치적인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아 3.1운동으로 한민족의 독립 염원을 한 데 모은 지 106년 된 2025년 3.1절은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에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나뉜 국민들이 거리에서 대치를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단체장들 가운데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작정하고 대통령 선거를 대비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동연, 본격적인 대선행보 보이며 “개헌을 통해 7공화국 열어야”

3월 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김 지사는 개헌이 있은 지 38년이 지난 ‘87년 체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강조하면서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탄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 이유로 3가지를 들었는데, 첫째로 계엄에 대한 국회의 사전·사후 통제를 강화하고, 5.18 민주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켜 다시는 불법계엄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엄 대못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번째로는 토지공개념을 일부 도입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명문화 해 노동, 교육 건강, 환경, 주거,복지 등 국민의 경제·사회적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는 ‘경제개헌’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세번째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선출하고, 선거제도 개혁으로 기득권 양당구도를 깨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편하는 ‘권력구조개편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미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부터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보이면서 같은 당의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공격해온 만큼,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경우 이재명 대표와 당내 경선을 두고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다양한 목소리를 품는 것이 진정한 3.1정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장이 된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은 별도의 3.1절 기념행사 없이 하루 전인 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찬반집회 참석자들의 안전을 당부하면서 3.1절 정신을 되새길 것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상대 진영을 향한 지나친 감정과 과격행위는 우리 사회를 더욱 분열시킬 뿐"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품는 것이 진정한 3.1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의 자유는 신성한 권리"라면서도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106년 전 독립의 물결은 비폭력 만세운동으로 시작됐고, 그 평화적 저항의 정신이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면서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과 집회의 자유가 동시에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정복 “3.1정신의 의미를 계승해 인천을 국제평화도시로 발전시킬 것”

오 시장은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대선주자 가운데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어 5% 안팎의 대선지지도를 받고 있다.

인천광역시 ‘아트센터인천’에서 제 106주년 3.1절 기념행사를 치른 유정복 시장은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3.1절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복회원, 보훈단체, 유관단체, 학생, 시민 등이 참석한 기념식은 ‘평화와 자유, 독립의 염원이 오늘의 국제평화도시 인천으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개최됐다.

부대행사로 독립군이 먹었던 주먹밥 체험, 독립투사 의상을 입고 감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당시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대형 태극기와 우리나라 지도에 소망을 적어보며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감사와 애국심을 되새기는 시간이 마련됐다.

기념식 후 유정복 시장은 창영초등학교로 이동해 시가행진에 참여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실제 만세운동을 재현한 시가행진을 통해 3·1 만세운동의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나눴다.

유정복 시장은 “독립운동은 개인의 존엄과 국권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세계 평화를 향한 숭고한 실천이었다”라며 “인천이 그 정신을 계승해 국제평화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시민이 행복한 세계초일류도시, 인천’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 시장은 인천광역시장 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서 여권의 잠룡 중 한사람이지만, 주로 시정 중심으로 역량을 쏟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의 경우 이재명 단일체제가 이미 굳어진 상황이고,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하는 만큼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서고 있는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탄핵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대선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