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에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지역 일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오던 강남 아파트값은 날개를 달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강남 이외 지역과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역(GBC) 인근 지역 아파트에 적용됐던 토지거래허가제도를 해제했다.

해당 지역 아파트 305곳 중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 14개를 제외한 291곳이 해제 대상이다. 재건축 아파트 14곳과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재개발•재건축 구역, 공공재개발 34곳과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 내 신속통합기획 14곳은 현행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유지된다.

■ 벌써부터 투기수요로 강남3구 아파트값 들썩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상 단지들은 당장 투기수요가 몰릴 것을 우려해 배제시켰지만, 나머지 단지들은 규제를 풀어주면서 당장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했고, 일단 해제가 시작된 만큼 이번에 배제된 지역들도 기대심리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 2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허가구역 해제지역은 한 주 전에 비해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늘어났다. 강남구는 0.08%에서 0.27%, 송파구는 0.14%에서 0.36%, 서초구는 0.11%에서 0.18%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에 동대문구 -0.01%에서 -0.05%, 강북구 -0.03%에서 -0.04%, 노원구 -0.02%에서 -0.04%, 중랑구 -0.01%에서 -0.04%로 각각 하락폭이 커지면서 강남과 그 외 지역 간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해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이들 강남 3구의 집값은 크게 오른 반면, 나머지 22개 구는 반대로 하락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한 2월 12일부터 20일까지의 평균 아파트 가격과 그 전인 2월 1일부터 11일까지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보면, 강남3구는 평균 24억5139만원으로 그 전의 22억 6969만원 대비 8% 상승한 반면, 나머지 22개 구는 9억1859만원으로 2.6% 하락했다.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2020년 6월 박원순 시장 시절 강남 등 집값 급등 지역에 대한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지정한 것으로, 가장 큰 규제는 실거주 의무다. 즉 이들 지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소위 ‘갭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해제로 이들 지역도 갭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서울 내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방이나 외국에 거주하는 돈 있는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이들 지역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기대감이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고, 이들 이역 이외의 지역과 격차를 벌리게 된 것이다.

■ 경매시장까지 불어닥친 규제 해제 여파

강남지역 아파트값 상승 기대는 경매시장에도 불어닥쳤다. 강남 지역의 규제 해제 호재로 인해 경매시장에서 경매 낙찰가가 실거래가를 추월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경매로 넘겼던 채권자가 경매를 철회하는 사례도 나타난 것이다. 더 높은 경매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2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한 대단지 아파트는 지난주 전용 130㎡형이 경매에서 31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감정가 30억5000만원은 물론 두달 전의 실거래가인 29억7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잠실의 또 다른 아파트는 채권자가 내놨던 경매 매물을 철회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경매 시작가가 낮다며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지역 중개업소들은 집주인들이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들을 순식간에 거둬들이면서 일시적으로거래가 위축되는 분위기지만 당분간 호가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대출을 일으켜 강남에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금감원의 대출이자 현실화 점검까지 투자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 금리인하 단행..'똘똘한 한채' 쏠림 가속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0.25%p 베이비컷을 단행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춰 잡으면서 경기하방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인하 조치로 해석되지만, 강남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갭투자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금감원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금리 격차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도 갭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실세금리는 여전히 높아 높은 대출이자를 물고있는 수요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지만, 대출을 일으켜 강남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20곳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산금리 상황을 점검하고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간의 차이를 줄이는 작업에 나섰다.

경기둔화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이지만 빚 내서 '똘똘한 한채'를 장만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 오 시장의 '규제 해제 시기 오판' 지적

이러한 일련의 이유로 인해 부동산업계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왜 하필 이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카드를 들고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기본적으로 5년인데, 이번 해제한 장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이 2020년 6월에 지정된 만큼 올해 6월이 되면 5년 만기가 되고, 재지정을 하려면 국토부에 재지정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현재 강남 집값이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규제를 푼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않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현재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까지 나서서 상속세 기준 상향을 주장하고 있어서 고가아파트의 상속세 면제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방에 돈 있는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강남과 비강남, 그리고 서울과 지방 간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벌어지면서 부의 편중현상으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오세준 교수는 “재산권 침해 부분에 대한 정상화를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충분히 명분이 있지만, 현재 시장상황이 매매시장이나 분양시장 모두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