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옥.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근래 관련 기술에서 밀리면서 대한민국 반도체 기술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서 중국에도 뒤지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글로벌 빅테크 경쟁이 AI를 넘어 양자컴퓨팅 기술로 급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술에는 근처에도 못가는 한국이 기존에 강점을 보여왔던 반도체 관련 기술에서마저 중국에 밀리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24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참담한 수준의 대한민국 반도체 기술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 한국 반도체 기술, 대부분 분야에서 중국에 밀려나

이 조사에서 한국은 반도체 관련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국에 밀렸고, 일부 분야에서는 일본과 대만에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①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기술, ②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③고성능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④전력반도체 기술, ⑤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 등 5개 분야에 대해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것으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등을 비교한 결과다..

2년 전의 같은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당시는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앞섰지만, 불과 2년 만에 중국에 역전 당한 결과가 나와 우리나라 반도체 위상에 비상이 걸렸다.

조사 내용을 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의 사업화 부분에 대해서만 대만에 1등을 뺏겼고, 전 분야에서 1등을 차지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사업화 부분에 대해서는 대만이 98.4점으로 1위를 차지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77.5점으로 조사대상 6개국 중에서 4위였다. 이 분야에서는 중국이 75.4점으로 5위에 머물러 우리가 다소 앞섰다.

그러나 고집적 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기초역량에서 중국은 94.1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은 90.9로 3위, 고성능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에서 84.1점으로 중국 88.3점에 이어 3위, 전력반도체 기술 기초역량에서는 67.5점으로 조사대상국 중 꼴찌인데 반해 중국은 4위, 사업역량에도 역시 우리는 꼴찌인데 반해 중국은 2위를 차지했다.

스마트기기, 자율주행차 등 특화된 고성능 센서 기술인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기초역량과 사업화 모두 5위인데 반해 중국은 모두 4위로 우리보다 앞섰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가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기초역량 기술력에서는 중국에게 확실하게 뒤졌고, 사업화 부분에서는 비교적 앞선 분야가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기술역량 자체를 놓고보면 1위인 미국에 대해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는 중국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일본 반도체 기술보다는 월등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여러 분야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도 눈에 띈다.

일본은 반도체 첨단 패키지 기술, 전력반도체 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 등 3개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앞섰다. 총 5개 반도체 기술 분야 가운데 3개 분야에서 일본이 우리를 앞지른 것이다.

일본이 앞선 반도체 첨단 패키지 기술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 관련 기술이고, 전력반도체 기술은 전력효율이 뛰어난 화합물전력반도체 기술을 의미한다.

TSMC를 내세우고 있는 대만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 분야의 사업화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초역량은 미국에 이은 2위를 차지해 AI(인공지능)용 반도체에서 글로벌 강자임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2년 전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앞서 대부분 분야에서 미국 다음의 자리에 있었지만, 불과 2년 만에 중국 다음의 3위에도 모자라 일부는 일본과 대만 다음으로 밀려나면서 향후 반도체 관련 글로벌 비즈니스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 미중 빅테크 전쟁 속에 밀려난 한국

결국 첨단 기술력에서도 미중 패권전쟁이 본격화 되면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게 됐다.

현재 세계는 AI와 양자컴퓨터 기술 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특히 미국과 중국이 이들 분야에서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정면으로 도전한 중국의 딥시크는 지난 1월 오픈소스 AI 모델인 R1을 챗GPT의 5% 비용으로 개발하면서 비슷한 성능을 보여줬다. 중국에는 딥시크와 같은 스타트업이 1000개 이상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어 미래 빅테크를 이끌 양자기술에 있어서도 지난 18일 중국 양자기업 오리진퀀텀이 72큐비트 규모의 초전도 양자컴퓨터인 ‘오리진 우콩’을 발표하면서 미국 구글의 ‘윌로우’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요라나1’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리진 우콩의 큐비트 수는 72개인데, 전문 양자컴퓨터 기업의 대장주인 아이온큐가 내놓은 64 큐비트보다 성능이 앞선 모델이다. 물론 아이온큐는 현재 256큐비트 발표를 위해 준비중이지만, 중국의 양자컴 기술 발전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조만간 어떤 모델이 나타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I와 양자기술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사이 미국 외에는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어느덧 중국이 빅테크 전쟁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어느 기업이나 기술자도 거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비용만 지불하고 관람하는 수준으로 전락했고, 그동안 글로벌 강자로고 믿고 있었던 반도체 분야에서의 기술력에서까지 중국에 밀리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에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