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계에 다다른 기업의 고령화 고민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06 11:37 | 최종 수정 2024.10.06 13:09 의견 0

행정안전부 인구통계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인구는 5124만8233명이다. 이 중 19.72%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다. 고령인구가 전국 인구의 20%를 바라보는 본격적인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기업도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변화가 필요한 기로에 서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60대 인구가 40대 인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60~69세 인구는 777만242명인데 반해 40~49세 인구는 776만9028명으로 처음으로 60대가 40대를 앞지른 것이다. 숫자 기준으로는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진 사회가 됐다.

사회적 인구구조가 이렇다 보니 기업의 인구 구성도 비슷하게 가면서, 기업들도 고령화에 따른 고민이 생겼다.

대부분 기업에서 각 조직의 평균나이가 50대인 곳을 흔히 볼 수가 있다. 한 건설사의 환경사업 관련 팀은 총 15명 중 10명이 50대 부장이라고 한다. 팀장보다 나이가 많은 부장이 6명이다.

이 건설사는 급기야 지난 8월에 직급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일반 직원의 직급체계인 전임-책임과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모든 임직원 호칭을 님으로 단일화 했다. 다만 책임자급인 팀장과 담당임원은 그대로 쓰면서 전체적인 조직을 수평구성으로 개편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기존 직급으로 부르고 있어서 ‘눈가리고 아웅’ 격이다.

일종의 나이에 따른 프리미엄을 없애면서 기능 중심으로 개편한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나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건설사는 전체 직원 중 차장 이상 고직급자가 70%에 이른다. 지난 봄에는 고직급자 대상으로 위로금을 걸고 명예퇴직을 실시했지만 10여 명만이 신청해 목표에 10%도 채우지 못했다. 회사를 떠나는 순간 절벽에 떨어진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회사는 매년 말 구조조정으로 상당수 임원과 부장급을 내보내고 있는데, 올 연말에도 한차례 한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쇼크는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앞서간다는 삼성전자에서도 나타났다. 현재 40대 직원 수가 20대 직원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CXO연구소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0년 전체 직원 19만 명 중 55.7%(10만6162명)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20대가 2023년 말 기준 27.1%(7만2525명)로 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40대 직원은 2010년 2만명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에는 8만1461명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20대 직원 수를 크게 앞질렀다.

인력 구성이 바뀌면서 2017년까지 일반직원 비중 80% 대에 임원 등 간부급 비중은 10% 대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간부급이 35%, 일반 직원은 65%로 비중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직원 고령화로 인해 완전히 역피라미드형 조직구조로 변한 것이다.

임직원들의 근무연수가 늘어나면서 새로 뽑는 신입직원 수도 줄일 수 밖에 없게 됐다.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500대 기업의 2023년 신규채용은 16만5961명이었는데 이는 1년 전 21만717명보다 21.2% 줄어든 것이다.

고연차 고령 직원들 비중이 늘고, 그에 따라 젊은 피 수혈은 축소되면서 기업들이 급격하게 늙어버렸다.

사회적으로 고령화 시대로 가는 것은 그렇다 치고, 생산의 최첨병인 기업이 늙어간다는 것은 국가 생산성 측면에서 심각한 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고령화를 해결해 줄 생산의 근원이 기업인데, 이들 기업이 늙어가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사회 전반의 빈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꼭 혁신과 변화를 거부한다는 공식을 적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AI가 이끄는 엄청난 정보와 기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무거운 머리를 가진 기업이 과연 방향전환을 제때 정확히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사회와 기업의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지만,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형편이 먹고 살기에도 팍팍한 상황이니 뚜렷한 방법 찾기가 어렵게 됐다. 참으로 걱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법적인 보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해고에 따른 기업의 법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직원 재교육을 통한 생상성 향상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필요하다.

신입 직원을 채용할 경우 다양한 세제혜택이나 교육 지원 등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고, 고령 직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재교육 등 프로그램을 적용해 호적상 나이는 고령이지만 머리와 손은 젊게 만들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죽하면 직장도 10년이든 15년이든 직원과 기업이 모두 평가와 심의를 통해 중간 정년제를 도입해 자유롭게 내보내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좋을 지 몰라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우선 기업의 고령화로 인한 노인화를 막아 젊게 만들어주고 그 힘으로 사회적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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