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아닌 밸류스테이…”선정된 곳은 스테이, 빠진 곳은 킬”

-코스피200∙KRX300과 종목 차이 없어…유가증권은 82%, 코스닥은 100% 동일
-정부 홍보와 달리 KB금융 등 저PBR주들과 SK텔레콤 등 배당우수 종목들은 빠져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25 11:06 의견 0
한국거래소가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사진=한국거래소

정부의 대한민국 주식가치 제고를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됐지만, 그동안의 우려대로 시장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담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100개를 확정해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증시 효과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효과 측면에서 크게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고, 오히려 기존의 코스피200이나 KRX300 지수와 차별점이 별로 없어 중복 기능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밸류업 지수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나 외국인들 모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 이번에 선정된 100개 기업 가운데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곳은 불과 7곳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들은 기대감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당초 밸류업 계획을 조기에 발표한 곳은 12곳이었지만, 그 중에 콜마홀딩스는 수익성 미충족으로, 에프앤가이드, 에스트래픽, 디케이앤디, DB금융투자 등은 시총 미충족으로 탈락했다.

100개 선정 기업 중 아직 밸류업 계획을 내놓지 않은 기업이 93개라는 것은, 이들 기업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들 역시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8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국내 상장주식 2조509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외국인 주식투자가 10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됐다.

밸류업 지수가 발표하는 이번달에는 외국인 매도행렬은 더 거세졌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들은 이 달 들어 14거래일(9월2일~24일)간 코스피시장에서 6조910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인들의 팔자 기류에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59%(2674.31→2631.68) 하락했다. 코스피가 최근 6거래일을 연속 상승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수 반등 폭에 제동을 걸었다.

이와 같이 시장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코스피200과 KRX300과의 차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밸류업 지수 산정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①시총 상위 400위 이내, ②수익성 측면에서 2년 연속 적자를 내지 않거나 2년 합산 적자가 아닌 기업, ③2년 연속 배당을 했거나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 ④PBR(주가 순자산 비율)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인 기업, ⑤앞의 4개 조건을 만족시킨 기업 중 자본효율성이 우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선정된 100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67개, 코스닥시장 33개 등 총 100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코스피 200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고, KRX300지수는 코스피200이 수용하지 못한 코스닥까지를 포함해서 시가총액 700위 이내 종목 중 거래대금 순위 85% 이내인 종목을 심사해 선정한다.

KRX300 중에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231개, 코스닥시장 종목이 69개로, 코스닥 비중은 종목수 기준으로 23.3%다.

결국 코스피200이 수용하지 못하는 코스닥시장을 포함시켜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KRX300 지수와 밸류업 지수 간에 별다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코스피 종목 중 55곳(82%)이 코스피200에, 코스닥 종목 전부 코스닥150에 편입돼 있다

이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배당, 주식소각, PBR 등 기준을 KRX300 선정 기준에 추가로 포함시키면 충분한데 결과적으로 종목 구성에서 별 차이가 없는 별도의 지수를 만든 것은 옥상옥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자칫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들이 외면 받으면서 반대로 많은 종목들에게는 밸류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은 정보기술 24곳, 산업재 20곳, 헬스케어 12곳, 자유소비재 11곳, 금융·부동산 10곳, 소재 9곳, 필수소비재 8곳, 에너지 1곳 등이다.

눈에 띄는 것은 저PBR주로 꼽히는 금융주 중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밸류업 지수에서 빠졌고, 전통적인 저평가·고배당 종목인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주들이 제외돼 역차별 예기도 나온다.

정부가 그동안 강조했던 저PBR 종목의 밸류를 업 시키겠다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고, 배당 우선하는 기업을 우대하겠다는 말과 다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건설주가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한 것도 눈에 띈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평가 된 건설주를 발굴해 지수에 편입시켜야 국내 경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 움직임도 지수를 통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밸류업 지수는 기존에 있는 지수들과 별 차이 없이 국내 대형종목들을 대거 포함시켜, 당초 정부가 구상했던 내재가치가 있는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 밸류를 업시킨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갔다는 측면에서 구미가 당기지 않는 메뉴라는 평가를 받게 됐.

금융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홍보한 내용은 저평가된 기업 중에 밸류업이 필요한 기업들을 발굴해 현재의 코스피200이나 KRX300이 커버하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지수를 만들어,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을 받게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홍보한 내용과는 달리 선정하기 편한 길을 택한 것 같고, 그런 이유로 관심을 받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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