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금투세 토론, 시행vs유예 팽팽…與 한 대표 “당장 폐지”

-유예팀 "우리 증시만 박스권…허약한 증시하에 경제성장 불가능"
-시행팀 "시장 신뢰와 예측 가능성 높여 시장 투명성 업그레이드"
-한동훈 “민주당의 3년 유예 주장은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꼼수”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24 17:28 의견 0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금투세 도입과 관련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뉘어 토론을 벌였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돼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적용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폐지를 주장하는데 반해, 당초 금투세 제정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이 적용 3개월 여를 남기고 시행파와 유예파로 갈라져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을 당론으로 정하고 밀고 나갔지만,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유예 쪽으로 틀면서 당론이 갈린 것이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뉜 토론자들이 논쟁을 벌였다.

김현정(팀장)·이소영·이연희 의원이 팀원으로 나선 '유예팀'은 금투세 도입 시 국내 주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김현정 의원은 "금투세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금투세 도입을 여야가 합의하고 지난 4년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증시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만 유독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지독한 박스권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같은 팀의 이소영 의원은 대부분의 국가가 신규세제 도입 후에도 주가가 올랐다는 '시행론'의 근거를 두고도 "해당 국가 대부분이 증시 상승기에 양도세를 도입했다"며 "침체기에 신규세금 도입 후 부정적 영향이 없었던 사례가 있었나"라고 말했다.

김영환(팀장)·김성환·이강일 의원이 팀원으로 나선 '시행팀'은 금투세는 증세 목적이 아닌 시장의 투명화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것이지 새로운 증세 목적의 세금이 아니다"라며 "(금투세 도입 시)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도 커져서 시장 투명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주가와 관련해 다른 변수들은 없는지 체크해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주가가) 우하향한다고 (하는 점을) 신념처럼 갖고 있으면 인버스 투자하시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는데, '개미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주가가 내려가면 수익률이 오르는 인버스 투자를 권한 것을 두고 '기업이 망하길 바라는 것인가'라는 반응들이 나온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금투세가 주가조작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시행팀'과 이를 반박하는 '유예팀' 간에 공방도 벌어졌다.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가 제일 불편한 사람들은 김건희와 그 주가 조작세력들일 것"이라며 "23억원의 소득을 올린 김 여사 모녀가 현행 거래세로 낸 세금은 1천500만원으로 추정되지만, 금투세가 도입됐다면 6억원을 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연희 의원은 "주가조작은 금투세와 무관하다"며 "모든 거래자료는 거래소와 예탁원에 다 있고, (문제가 있다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해 감시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 금투세 시행 및 유예와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금투세 유예 입장을 밝힌 것을 비롯해 김민석 최고위원도 최근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내놔 유예 쪽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정책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토론회가 열린 국회 본청 제4회의장에는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이 찾아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을 향해 항의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란은 진 정책위의장이 직접 이들과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마무리됐다.

한편 유예팀의 토론자인 이소영 의원이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갖힌 것과 관련 그동안 일관된 지적을 이어가고 있어 주식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우리나라 주식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2000선을 넘은 게 2007년인데 지금은 2500이 됐다. 17년 간 1.3배 성도 성장한 것인데 우리 코스피를 ‘박스피’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기간 동안 일본 니케이 지수는 5배 늘었고 미국 S&P지수는 6배 성장했다"며 "우리 코스피는 불과 0.17%, 코스닥은 지금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보다 수익률이 낮다"고 했다.

이 의원은 "증시가 안 좋다보니 우리 기업들이 자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며 "국민연금도 덩달아 가난해지고 있다. 지난 3년 간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에서의 수익률은 12%였는데 국내 주식 수익률은 0.2%에 불과해 기금 고갈을 우려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이날 국회에서 주식시장 투자자들과 함께 '1천400만 주식 투자자 살리는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을 열었다.

한동훈 당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 및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등 회원 20여명이 참석해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지금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한다는 것, 그리고 도입을 해놓고 유예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자폭 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 우리가 왜 자폭을 해야 하나”라며 “금투세는 국내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천만원을 초과할 경우(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은 연 250만원 초과), 초과액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매기는 제도로, 내년 1월1일 시행인데 결국 시장을 망치게 될 것이다”

이어 민주당을 겨냥해 “민주당에선 이 상황이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을 자기들도 안다”며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3년을 유예한다는 식의 꼼수를 쓰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3년을 말하나. 선거 앞에선 더 자신이 없으니 (2027년) 대선 이후로 미루겠단 얘기”라며 “그만큼 (금투세 시행 유예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우리만큼 잘 아는 게 민주당”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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