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美 경제대공황 온다" 주장, 근거는?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현재 미국 경제상황은 1929년 대공황 때와 비슷”
-최악의 팬데믹, 최악의 국가간 갈등, 최악의 에너지 쇼크 등 트리플 악재에 빠져
-미국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LEI) 악화국면 지속, “부채로 성장동력 잃을것”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23 09:36 의견 0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미국의 대공황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빅컷(0.5% 금리인하)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섰냐 아니냐의 논쟁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인플레이션은 조정 가시 권에 들어온데 반해, 고용지표는 아직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있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경기침체 우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빅컷이다”라고 주장하는 파월 의장 의견에 동조하는 그룹과, 한편으로는 “이미 미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파월 등 미 연준은 지난 7월 금리인하를 시작했어야 하는 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9월 빅컷을 단행했다”고 주장하는 그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두 그룹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뉴욕 증권시장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이미 두 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미국 경기 공황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1920년대 대공황과 비슷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전 IMF 총재를 지낸 인물로, 국제경제 흐름에 정통한 전문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세계 경제가 ‘경제적 국수주의,’ 세계 교역 붕괴’ 등 1920년대 대공황을 야기한 것과 비견할 만한 압력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우리는 1920년대 이후 최악의 팬데믹을 겪었고, 1940년대 이후 유럽에서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최악의 팬데믹과 최악의 국가간 갈등과, 최악의 에너지 쇼크가 함께 몰려왔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1929년 발생한 세계 대공황의 가장 큰 이유로 1920년대에는 금본위제를 고집하면서 통화정책이 주요 경제국들을 디플레이션(물가하락)과 은행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제도에 도전장을 낸 중국의 위안화 및 러시아의 루블화로 인한 세계 금융질서의 혼란이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라가르드는 세계화의 후퇴와 산업구조의 편중현상도 경기 침체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불러온 블록화와 구글 같은 빅테크들의 시장 영향력, 급속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로 인한 기존 산업의 급속한 후퇴 등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라가르드의 경고 이외에도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나왔다.

23일 미국의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8월 미국 ‘경기선행지수(LEI)를 발표했다.

LEI는 제조업 근로시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회사채와 국채의 금리 차이 등 10개의 경기선행지표를 분석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진단하는 지표다. 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진단하는 것으로서 중요한 경기 지표로 삼는 것으로서 수치가 줄어들수록 침체 위기가 커진다. 2016년 관측치를 100으로 삼아 경기전망을 가늠하며, 이날 발표된 8월 LEI는 100.2로 전월보다 0.2% 떨어져 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컨퍼런스보드의 저스티나 자빈스카-라 모니카 경기순환지수 선임 매니저는 8월 수치에 대해 신규 주문이 2023년 5월 이후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전망이 지속적으로 어둡다며 주가 등 다른 지표 역시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장 부분에서 역풍이 예상된다"면서 "올해 하반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물가와 고금리, 늘어나는 부채가 국내 소비를 억제하면서 성장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씨티은행의 비에타 맨티 유럽주식 전략 책임자는시 미국 경기침체 원인으로 고용시장 불안을 들고 나왔다.

그는 “연준의 연착륙 메시지는 시장의 환호를 받으면서 긍정적인 촉매제인 것은 맞지만 여러 이유들로 인해 위험의 균형이 긍정적인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것은 아니다”면서 “연준은 당분간 경제 전망이 괜찮고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추세는 이미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미 빅컷을 단행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미 연준의 빅컷 배경을 해부하면서 점차 경기침체의 목소리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앞으로 발표되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과 9월 빅컷 이후의 인플레이션 및 고용현황 지표에 시장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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