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빨간불'...이자율 15% 카드론에 내몰리는 서민들

-평균 14% 금리 카드론, 8월 한 달 사이 6044억 늘어 역대 최고치 기록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도 9월에만 2조원 늘어 1, 2금융권 모두 대출 급증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22 10:10 | 최종 수정 2024.09.22 13:18 의견 0
지난 8월 9개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카드론 대출금리는 삼성카드가 15.09%로 가장 높다.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와 집값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제1 금융권에서 밀려난 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불황형 대출인 카드론이 크게 증가하면서 향후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론은 보험계약대출, 예금담보대출과 함께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서, 평균 이자율이 15% 안팎이고, 최고 이자율은 19.9%로 사채 수준이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7월 말 41조2265억원에서지난 8월 말에는 41조8309억원으로 급증해 한 달 새 6044억원 늘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38조7613억원에 비해서는 3조696억원 늘어난 것이다. 7.9% 늘었다.

주로 저신용자들이 찾는 카드론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에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을 뜻한다. 정식 명칭은 ‘장기카드대출’이다. 일반적인 신용대출과는 달리 은행을 방문하거나, 담보 및 보증, 서류제출 등 복잡한 절차 없이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 인증만으로 빠르게 신청할 수 있다.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간편한 대출이라는 특징 때문에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라고 불린다.

카드론 잔액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중·저신용자가 대출 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건전성 악화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다중채무자들이 ‘급전 창구’로 카드사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저신용자가 카드론에 몰리면서 카드론 평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NH농협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28%다. 삼성카드가 15.09%로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 14.82, 롯데카드가 14.80, KB국민카드가 14.30% 등 순으로 높았다.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 규제 풍선효과가 카드론에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카드론을 급격히 확대한 3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카드론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들어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에서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월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증가율은 전달 대비 평균 1.47% 수준이다. 우리카드가 3.93%(1461억원)로 가장 높고, 삼성카드가 -0.08%(50억원)로 가장 낮다. 삼성카드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금감원은 우리·현대·롯데카드 3사에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2~3%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카드 다음은 BC카드 3.75%(15억원), 현대카드 2.63%(1429억원), 롯데카드 2.52%(1313억원) 순이다.

하나카드와 NH농협카드는 각각 1.47%(406억원), 1.01%(304억원) 늘었고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각각 0.79%(539억원), 0.77%(622억원) 늘었다.

한편 카드론의 증가가 제1금융권 대출이 막힌 대출 수요자들의 풍선효과로 보기보다는 서민들의 생활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카드론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추세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번달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은 총 727조4332억원으로 8월 말 725조3642억원 대비 2조690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12일 기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 대비 2조1772조원 늘어났다. 정부가 9월 1일부로 스트레스DSR 2단계를 시행하면서 각계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대출 규모는 여전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제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피해 카드론으로 옯겨갔다는 논리보다는 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저신용 카드대출 규모가 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대출금리는 4% 전후인데 비해, 카드론은 평균 15% 안팎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정부는 카드론을 무작정 막기보다는 서민경제 살리기 차원의 별도의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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