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체코원전, 방심은 금물…체코 톺아보기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9.21 15:08 | 최종 수정 2024.09.21 17:11 의견 0
프라하 체코 대통령국 정문에 과거 신성로마제국 식민지 시절 자국 국민을 괴롭히는 점령군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물이 서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24조원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와 관련,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원천기술을 주장하는 웨스팅하우스의 발목잡기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체코로 날아가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 지 오리무중이다.

현재까지는 윤 대통령과 체코 페트르 파벨 대통령 간에 긍정적이고 본계약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확인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키를 쥐고있는 미국과 웨스팅하우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의 셈법이 관건이다.

한편, 정작 발주 당사국인 체코의 역사와 함께 민족적 특성을 살펴보는 것도 향후 체코와의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코는 수도인 프라하가 있는 보헤미아 지역의 언어인 ‘체히’란 이름을 따서 체코라는 나라명을 정한 것인데, 유럽에서 산업이 발전한 보헤미아지역을 17세기 들어 신성로마제국(동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보헤미아를 점령해 신성로마제국 왕이 보헤미아 왕을 겸임하면서 이후 400여년 동안 합스부르크가의 식민지가 됐다.

당시 신성로마제국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인데 반해, 보헤미아를 중심으로 한 체코 국민 대부분은 신교도여서 종교적 갈등이 심한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신성로마제국의 핍박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400여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독립전쟁을 벌였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갈수록 신성로마제국의 괴롭힘과 약탈은 심해져갔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보헤미아에 대한 탄압을 알 수 있는 조각상이 현재 체코 대통령궁 정문에 서있다. 정문 양쪽 기둥 위에 각각 거대한 조각상이 있는데, 각각 거대한 몸집의 괴물 형상이 몽둥이와 칼로 보헤미아인을 폭행하는 장면으로 당시의 보헤미아 국민 참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 신성로마제국이 망하고 1917년 일시 해방 분위기를 맞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합스부르크가의 핵심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에 합류하면서 러시아 공산주의에 편입이 됐다.

전쟁이 끝나면서 결국 러시아가 독일과 브레스트-리코프스크 조약을 통해 전장에서 철수하면서 체코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다시 또 외면 받는 처지가 된다.

1919년 일시 독립국 지위를 갖게 되지만, 1938년 뮌헨협정을 통해 독일에 합병되고 이어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편에 서게 된다. 결국 전쟁의 패전국이 되면서 국토 상당부분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에게 뺏기는 상황에 빠진다.

이에 더해 1945년 북한처럼 승전국에 해당하는 소련에 의해 공산화 되면서 소련 치하에 들어갔다. 40여 년간 소련 치하에 있던 중 1968년 반 공산주의 운동인 ‘프라하의 봄’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 말 중부유럽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해 체코로 독립하게 된다.

1968년 소련 공산체제에 항거하는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난 '프라하의 봄' 현장. 사진=수도시민경제

결국 2000여 년 역사에서 진정한 독립국의 지위는 현재까지 30여 년인 셈이다.

역사 대부분을 식민지로 살아온 체코지만, 과거의 식민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역사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모습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조각상을 대통령궁 정문에 그대로 두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숭례문 앞에 있던 조선총독부를 해체한 것과는 대비된다.

우리나라보다 원자력발전소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 발주하면서 크게 잘난체 하지 않는 속을 알 수 없는 부분도 염두에 둬야한다.

유럽에서 제조업 비중 높은 독일의 제조업 22%보다 높은 27%인 제조업 강국이고, 세계 최고로 치는 체코산 권총 등 무기제조가 발달한 나라이고, 자체 브랜드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 업체 중 60여 개의 거점국가로도 유명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4만달러 이상인 평균 연령 청년 수준의 젊은 나라 체코다.

수백년 식민지 시대를 보냈지만, 그 시대 모두를 자신들의 역사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국민성 뒤에는 신중함과 노련함이 배여 있을 것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서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체코는 서두를 필요 없다. 문제해결의 중심이 아닌 마지막 수확만 거두면 되는 발주자이기 때문으로,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을 보고 최종 판단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랜 기간 담금질을 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덕담은 덕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냥 아침에 주고받는 “안녕하십니까”나 “별일 없으십니까” 같은 것으로 보고, 신중하고 면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체코 보다는 미국이 우선이고, 미국 보다도 웨스팅하우스가 문제해결 우선순위다. 체코는 맨 마지막이고 우선순위가 해결되면 제일 싼 값을 쓴 한국과 계약을 파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입장이다.

체코에 다녀오는 것이 ‘김칫국 먼저 마시는 것’ 아니길 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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