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부활 시동…TSMC, 삼성전자 불안

-인텔 2분기 20억달러 순손실에 직원 15% 감원, 알테라∙모빌아이 매각 발표
-마련한 자금으로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 예상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9.15 11:58 의견 0
인텔이 위기를 맞아 감원에 이어 주요 핵심 기업 매각에 나섰다. 과연 부활 할 수있을 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인텔 홈페이지 캡쳐

1968년 고든 무어가 창업한 이후 56년 간 세계 반도체 시장를 호령해온 인텔이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의 앞으로의 위상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C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처음 개발했고, 컴퓨터 운영에 핵심인 CPU(중앙처리장치)를 개발해 세계 CPU를 독점했던 기업이다. 현재도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CPU는 대부분 인텔 제품이다.

인텔은 미국의 반도체 안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차량용 반도체 등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해 많은 산업이 마비된 경험한 미국이 반도체 안보를 내세워 반도체법(Chips Act)을 만들어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에 무려 195억달러(약 26조원)을 지원하면서 인텔 중심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설 정도였다.

미국의 반도체법은 사실 인텔을 위한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 지원금으로 132억달러 등 5년 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법인데, 주로 인텔의 사업장이 있는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에 투자된다. 참고로 TSMC 미국 공장도 애리조나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들어가면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받은 인텔이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급속도로 위기의 수렁에 빠져 세계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있다.

지난 2분기 인텔의 매출은 128억달러에 순손실 20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는 순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 주가는 이러한 실적악화를 반영해 지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인텔 주가는 19.66달러를 기록해 연중 최저인 18.51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중 최고치는 51.28달러이며, 현재 주가는 역대 최저치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텔은 전체 직원 15%를 감축하는 동시에 알짜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사업부 중 하나인 ‘프로그래밍 가능칩 부문’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로그래밍 가능칩 부문은 인텔이 2015년 167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알테라를 의미한다. 알텔라는 글로벌 2위의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로 소비자나 설계자가 필요에 따라 원하는대로 프로그램할 수 있는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어떠한 논리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다.

이 반도체 소자를 구입한 수요자가 필요에 따라 CPU로 사용할 수도 있고 GPU로도 사용할 수 있는 현장 확장성이 뛰어난 기능을 갖고있다. 결국 인텔이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알테라를 매각한다고 발표하면서 일시 인텔 주가가 뛰기도 했다.

다음으로 매각 대상은 2017년 153억달러에 인수한 자율주행업체 모빌아이다.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돈이 될 수 있지만, 당장 경영에 보탬이 되지 않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감원, 알짜회사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인텔은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할 지에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9월 초까지만해도 인텔이 현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을 접는다는 국내외 보도가 많아 나왔지만, 실제 인텔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인텔이 파운드리를 포기할 수 없고 오히려 파운드리 강화를 위해 자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한다.

인텔은 파운드리를 2021년에 시작해 아직 3년이 채 안된다. 그런 와중에 미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반도체 지원금을 받아서 파운드리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원에 더해 마련한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파운드리에 집중할 경우,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를 끌고가고 있는 엔비디아와 TSMC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쫒고있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상황이 된다.

한편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지적도 있지만,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에 나선 만큼 인텔의 부활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지난 13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인텔이 미국 국방부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35억달러에 달하는 연방 보조금을 공식적으로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같은날 폴란드 바르샤바발 로이터는 인텔의 ‘인텔 칩 조립 및 테스트공장 설립’에 폴란드가 19억1000만달러 지원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인텔이 감원에 이어 알짜 기업 매각에 나서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지만, 인텔은 미국의 운명과 함께 하는 미국의 자존심 같은 기업으로서 부활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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