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은행 이사회에 공 넘긴 이복현, 임종룡 봐주기?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 모두 거수기, 4명은 임 회장이 선임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모두 감사위원회는 한 번도 안 열려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9.05 15:24 의견 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우리은행 임종룡 회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임 회장 봐주기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규모 부당대출을 적기에 발견하지 못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연일 압박을 가하면서 “임 회장의 잘못을 이사회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거수기 역할만 해왔던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원장이 임 회장 사람들로 구성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공을 넘긴 것이 겉으로는강하게 문제 삼는 듯 하면서 안으로는 임 회장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과 관련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전임 회장 관련 대출이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조직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임 회장 등이 매니지먼트 책임이 있지 않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판단은 이사회와 주주가 할 몫이지 저희들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의 이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임종룡 현 회장 취임 이후에 선임된 임 회장 사람들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임 회장을 제재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유일한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는데, 이들 7명 중에 4명이 임 회장 취임 이후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다. 윤수영, 지성배 이사는 2023년 3월 24일 선임돼 남은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고, 이은주, 박선영 이사는 2024년 3월 28일과 26일에 각각 선임돼 남은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나머지 정찬영 이사는 2019년에 선임돼 내년 3월에, 윤인섭, 신요환 이사는 2022년 선임돼 2025년 3월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실제 이들 이사들은 그동안 임 회장의 경영에 대해 거수기 역할만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금융지주의 2024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우리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올해 총 8번 열렸는데, 이사회에 제출된 총 23건의 의안이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모두 통과됐고, 경영 관련 보고는 23건 받았지만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2월 29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대주주 임원들과 회사간의 이해상충행위 점검결과와 감사업무 추진실적 보고가 있었지만, 별도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은 우리금융그룹의 직원 횡령이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정당 대출에 대해 내부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문제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총 6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ESG경영위원회 등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우리금융그룹의 횡령이나 부정당대출 등 부도덕 문제점이 전국적인 지탄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6개 위원회 중 감사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리스크관리위원회 4번, 보상위원회 1번, 임원추천위원회 5번,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5번, ESG경영위원회 6번 등 일상적인 실무 관련 위원회만 열린 것이다.

직원 횡령 전국 은행 1등에 회수율 꼴찌, 거기에 전 회장 인척에 대한 부정당대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정작 감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주사보다 실무적으로 그룹의 중심에 서있는 우리은행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이 중 사외이사가 5명이다. 이들 5명 중 3명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임명됐다. 박승두, 윤수영 사외이사가 2023년 3월 선임됐고, 최윤정 사외이사가 2024년 3월 선임됐다. 나머지 정찬영, 김준호 사외이사는 2018년 선임돼 5회 연임했고, 올해 12월 27일이 만기다.

우리은행 사외이사 중 정찬영과 윤수영은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역시 올해 8번의 이사회를 열면서 총 38개의 의안에 대해 한명도 반대 없이 모두 찬성 통과시켰고, 36건의 경영 관련 사항에 대해 보고받았다.

우리은행 이사회 역시 내부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4개다. 그러나 우리은행 이사회 위원회 역시 감사위원회는 올해들어 한번도 위원회를 연 적이 없다. 나머지 3개 위원회에서는 모두 8번의 위원회를 개최했다.

결국 이복현 금감원장이 말한 이사회가 알아서 임종룡 회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 원장이 겉으로는 강하게 질책하지만 내심으로는 적당히 넘어가는 등 임종룡 사단을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는 이유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로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기업에 손해를 끼쳤으면 당연히 배임 등의 문책을 물고 법적인 제재를 받아야 하는데, 끼리끼리 사람들에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잘 관리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임 회장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한 경력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만큼 현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면제부를 주는 방식이라면 향후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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