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일병 살리기?’ 정답 찾기 어려운 SK

-SK온, 비상경영체제 선언…경비, CEO급 줄이고 임원 구조조정
-1년 새 순이익 94% 줄어든 손익구조 해결이 관건…가장 좋은 회사 내놔야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7.02 11:04 의견 0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그룹 사옥. 사진=수도시민경제

SK가 그룹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의 핵심으로 그룹 내 배터리사업을 하고 있는 SK온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과연 SK온의 정상화만으로 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표면적으로 보면, 2021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부문을 분사시킨 SK온이 올 1분기까지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누적 적자 2조5876억원에 이어, 2분기 역시 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SK와 산업계에서는 3분기 이후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배터리 시장 전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분석이란 측면에서 SK온의 손실은 상당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문제는 비단 10개 분기 연속 적자만이 아니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할 당시 투자금이 20조원이었는데, 현재 SK온의 누적적자가 3년 만에 12조원으로 늘어났다. SK온의 지주사 격인 SK이노베이션 부채 51조원과 합하면, 63조원의 부채를 안고있는 상황이다. SK온 지분의 89.5%를 SK이노베이션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SK온의 부채 역시 SK이노베이션의 부채로 봐야 한다. 거기다 SK온은 당장 7조 5000억원의 추가 투자금이 투입돼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SK그룹 전체 규모를 놓고 볼 때 SK온의 손실이 그룹 전체의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 전체의 매출은 2023년 말 기준 200조9620억원이고 순이익은 6590억원이다. 문제는 10대 그룹에서 순이익이 1조 미만인 유일한 그룹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단 1년 만에 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 순이익이 94%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022년 그룹 매출은 224조 1620억원에 순이익 11조590억원이었는데, 매출은 23조 2000억원 줄어 10.4% 감소한 데 더해 순이익은 10조 4000억원이 줄어들어 전년 순이익 규모의 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룹 전체 경영수치 변화를 볼 때 SK온의 손실은 전체 손실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SK가 그룹 위기 돌파 방안을 SK온 일병 살리기에 모아지는 것은 해결을 위한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2일 발표한 SK온의 혁신방안은 ①이석희 최고경영자 등 C레벨 전원 거취 이사회 위임, ②최고관리책임자, 최고사업책임자 등 일부 C레벨직 폐지, ③성과 미흡한 임원 보임 수시 변경, ④올해 분기 흑자전환 실패시 내년 임원 연봉 동결, ⑤임원, 복리후생제도 및 업무추진비 대폭 축소 등으로 요약된다.

이상 5개 혁신방안은 현재 SK온의 문제 원인 대부분을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으로 보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차전지 등 배터리 시장에서는 캐즘을 간단히 볼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기차 시장 정체가 자칫 후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전기차시장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하반기 가동 예정인 북미 공장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공장 판매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로 돼있어, 캐즘에 더해 미국 정치변화까지 합쳐질 경우 하반기 흑자전환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룹 리스크의 중심을 SK온으로 보고 모든 역량을 SK온 살리기에 쏟아부을 경우 향후 배터리시장의 리스크를 그룹이 고스란히 안게돼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안팎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E&S 합병이나, 배터리 분리막 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매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핵심 과제인 SK이노베이션과 SKE&S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가장 큰 이유는 합병비율인데, 어떠한 비율을 내놔도 후유증이 많고 오랜기간 문제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SK그룹의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경쟁력과 비전을 놓고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계의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어느 그룹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의 속도인데, 속도 있는 구조조정을 하려면 가장 아끼고 중요한 것을 내놔야 한다”면서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내놓아야 제값을 쳐서 남이 가져가고 그 돈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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