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자영업자 대출’…사업자대출 연체액 11조, 역대 최대

-연체율 1.66%, 11년내 최고…사업자•가계대출 총잔액 1056조도 최대
-가계대출자 DSR, 두분기째 다시 올라…취약차주, 연소득 65%를 '빚 갚는데'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7.01 09:39 의견 0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명동상가 모습. 대규모 공실로 곳곳에 '임대'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높은 금리와 소비 부진 속에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사업자대출 원리금이 역대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데 이어 연체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전체 가계대출자의 빚 상환 부담도 갈수록 커져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두 분기 연속 다시 올랐다.

특히 여러 곳에서 대출을 끌어 쓴 저소득 취약 차주의 경우 최소 생계비 정도를 뺀 거의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 쓰고 있었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연체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8조4000억원 대비 2조4000억원 늘었다.

해당 연체액 통계는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연체액 현황을 합산한 결과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작년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p) 치솟았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1천55조9천억원(사업자대출 702조7000억원+가계대출 353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153조2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더 늘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대출 규모를 시산했다.

가계대출자들의 대출 상환 부담도 통계상 다시 커지는 추세다. 한은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분기 말 현재 1973만명이 총 1852조8000억원의 가계대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1인당 평균 9389만원씩 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이 각 6만명(1979만명→1973만명), 5000억원(1853조3000억원→1852조8000억원) 줄었지만 1인당 대출액은 22만원 늘었다.

이들 가계대출자의 평균 DSR은 38.7%로 추산됐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결국 우리나라 가계대출자는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약 39%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한편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 역시 작년 4분기 58.2%에서 올해 1분기 58.8%로 더 높아졌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대출액은 1억2401만원에 이르렀다.

대출 상환 측면에서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취약 차주(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의 DSR(64.8%)도 한 분기 사이 2.2%p(62.6→64.8%) 뛰었다.

보통 금융기관과 당국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취약 차주들이 현재 평균적으로 이런 한계 상태에 이른 것으로 짐작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가계와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 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영업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 한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과도한 대출로 인해 위험수위를 넘긴 것으로 안다”면서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구제와는 별도로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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