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은 反日인가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5.29 07:00 의견 0
3국 정상회의 사진=대통령실

한중일이냐 한일중이냐,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관심은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보다 중일이를 쓸거냐 일중이를 쓸거냐에 대한 혼선에 있는 것 같다.

성은 한씨인데 이름이 중일이기도 하고 일중이기도 한 것이다.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늘 그랬듯이 교과서 적인 아무도 관심 가질만한 내용 없는 무리하지 않은 내용으로 채워져서 기억도 없다. 그 성명서가 그 성명서인 셈이다. 결국 4년 5개월 만에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3국 회담을 놓고 매체별로 거의 반반씩 갈려서 한중일과 한일중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속칭 친중파와 친일파가 갈린 분위기다. 아마 중도 성향인데, 그동안 쓰던 한중일을 갑자기 한일중으로 바꿀 이유를 찾지 못해 그냥 색깔 없이 한중일을 쓰는 매체나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썼던 한중일이란 표현 외에 한일중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중’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동북아 3국 정상회의를 놓고 볼 때 자국을 맨 먼저 놓고 차기 의장국을 다음에 놓기 때문에 올해 의장국으로서 ‘한일중’이란 표현이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이번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정부가 한일중으로 사용하면서 한중일과 한일중 사용자가 갈린 것이다.

한편에서는 우리 정부가 아세안 당시 차기 의장국의 이름 순서를 앞에 사용한 것은 원칙에는 맞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회의 개최국 여부와는 관계없이 쓰던 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중국은 중일한, 일본은 일중한으로 사용한다. 이들은 회의 주체국 순서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쓰던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보다 일본과 더 가까워졌다고, 그리고 일본이 중국보다 한국과 관계가 더 좋다고 일중한을 일한중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여론은 이번 한중일, 한일중 표현 혼용을 두고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가르는 기준이라고까지 얘기한다. 일종의 갈라치기다. 앞에서 예를 들었지만, 색깔 없이 그냥 쓰던대로 쓰는 것에 대해서까지 색깔을 입히는 식이다.

대통령실이 이런 빌미를 제공한 결과가 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선거 때만 되면 표 계산하면서 남자와 여자를, 노인과 젊은이를, 호남과 영남을 선생님과 학생을, 환자와 의사를 등등 수없이 많은 갈라치기를 해왔다. 국민 피로감은 극에 달해있다.

정치적 목적과 이념을 얘기하다 보니 일어난 일일 수도 있지만, 대중은 갈라치기로 이해한다. 의도와 진짜 목적과는 다른 결과가 늘 일어난다.

여·야 막론하고 국가의 지도자급 책임자는 본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많은 지지자들이 움직이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안그래도 집단 간의 다툼이 많고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나 정부나 여론 책임자급들이 힘들어하는 국민을 배려하고 조금이라도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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