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부인 개비 여사

우리는 지난 계엄/내란 사태시 불법한 지시를 따른 군 지휘관과 간부들이 재판에 회부돼 있는데, 지난 주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하원의원 6명이 미군들에게 불법한 명령에는 따르지 말라는 동영상을 올려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주일 전에 애리조나 출신 마크 켈리(Mark Kelley 1964~) 상원의원, 미시건 출신 엘리사 슬로트킨(Elissa Slotkin 1976~) 상원의원, 콜로라도 출신 제이슨 크로우(Jason Crow 1979~) 하원의원, 펜실베이니아 출신 크리스 딜루지오(Chris Deluzio 1984~) 하원의원, 뉴햄프셔 출신 매지오 굿핸들러(Maggio Goodhandler 1986~) 하원의원,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출신 크리시 훌레헌(Chrissy Houlahan 1967~) 하원의원은 공동으로 만든 동영상을 통해 미군 장병들은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들이 반역자라면서 사형시켜야 한다고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이를 국방부와 법무부에 지시했다.

미군 복무강령에도 군인은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을 선언한 것이라서 현실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베트남 전쟁 당시 밀라이 민간인 학살 같은 경우에 장병은 상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들 6명의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모함 전대(戰隊)를 동원해서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보트를 타격하고, 군 병력을 도시에 투입하려고 하고 더 나아가서 1973년 전쟁권 결의법에 규정된 절차를 무시하고 다른 나라에 군사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등 불법을 하고 있다고 보고 이런 불법적인 명령에 군이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폭스뉴스 등 보수 매체는 이들 6명 민주당 의원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6명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군 경력이나 안보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이 아닌, 말하자면 당내 우파 성향의 의원들이라는 것이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마크 켈리는 지난 2020년 선거에서 애리조나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마크 켈리는 해군 조종사로 걸프 전쟁 때 A-6 공격기를 몰고 실전에 참가했고 그 후 NASA의 우주인으로 스페이스 셔틀을 조종하고 해군 대령으로 은퇴했다. 그의 부인은 하원의원을 지낸 개비 기포드(Gabby Gifford 1970~)인데, 기포드 의원은 2011년 1월 애리조나 투산에서 광적인 총기난사범의 총격을 받고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때 연방판사를 포함한 9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그녀는 의원 직책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서 고별인사를 하고 하원을 떠났고, 그러한 그녀의 용기에 대해 모든 미국인들이 찬사를 보냈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임기 중 사망한 자리를 두고 벌인 2020년 선거에서 존 매케인의 부인 신디 여사는 당적이 다른 마크 켈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렇게 해서 배리 골드워터와 존 매케인 같은 탁월한 공화당 상원의원을 배출한 애리조나는 완전히 블루 스테이트(민주당을 지지하는 주)가 되었다. 베트남 전쟁 시기에 병역을 회피한 트럼프가 존 매케인처럼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가 되거나 베트남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패배자(loser)’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엘리사 슬로트킨 상원의원은 코넬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원을 나오고 CIA의 정보분석관으로 일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안보전문가로 하원의원을 지내고 2024년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슬로트킨은 이번 달에 버지니아 주지사로 당선된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1979~)와 더불어 CIA 정보분석관 출신 여성 정치인으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은 레인저 부대와 82공수사단 소속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참전하고 대위로 퇴역했다. 크리스 딜루지오 하원의원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수상함 장교로 복무한 후 대위로 퇴역하고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했다. 매지오 굿핸들러 하원의원은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고 매케인 상원의원의 보좌관 등을 지내면서 해군 예비역 복무를 11년간 하고 법무부에서 일했다. 그녀는 바이든 백악관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제이크 설리번의 부인이다. 크리시 훌레헌 하원의원은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복무해서 대위로 퇴역한 다선의원이다.

이들 6명 중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아직도 소집이 가능한 예비역 해군대령이라서 트럼프의 충복인 국방장관은 켈리 의원을 현역으로 소집해서 군법회의에 회부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들 6명의 상·하원 의원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자처럼 민주당원이면서 좋은 교육을 받고 군과 정보부서에서 훌륭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데서 내가 아는 미국이 아직은 살아 있는 것 같아 마음에 위안이 된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