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의 상징으로 불리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미국 보수 진영 원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국은 현 대통령 아래에서 친중, 공산주의 독재(a pro-Chinese, communist dictatorship)를 향해 가는 매우 심각한 상황(very serious situation)에 처해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 보수의 상징인 그가 동맹국인 한국 정치 체재를 ‘공산 독재’에 비유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 몇시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한국에서 숙청이 일어나고 있다"는 메시지와 무관치 않아 한미 관계 밑바닥에 이념의 골이 깊이 형성돼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인식은 원로 보수 인사뿐 아니라 현 트럼프 행정부를 이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애리조나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 공개 추모식에 참석해 커크가 사망 직전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공개했다.
지난 10일 사망한 커크는 사망 5일 전인 지난 5일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고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 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한 그는 루비오 장관에게 “여기서 여러 우려스러운 점들을 봤다”면서 워싱턴에 돌아가면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다”란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이전에도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해 현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꾸준히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기고한 칼럼에서 그는 “이재명 정부의 최근 정치·종교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all-out assault)이 숨 막힐 지경”이라며 “한국 새 정부가 이렇게 과격(radical)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22일에는 같은 매체에 ‘한미 동맹 강화(Strengthening the U.S.-South Korean Alliance)’라는 칼럼을 게재해 “정치적 반대파를 감옥에 가두고, 야당을 지지하는 보수 종교 단체들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새 정부의 시도가 한미 동맹에 새로운 위협(emerging danger)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에서 깅그리치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바이든 행정부가 사법적 수단을 통해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경험이 있고, 미국이 종교의 자유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미 동맹이 계속 유지되려면 새 행정부는 반드시 이러한 행태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보수 인사들의 이재명 정부에 대한 이와 같은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도 이미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한미 양국 관계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 3시간 전에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일시에 미국 방문단을 긴장하게 만드는 메시지였고, 한미정상회담장에서 크게 문제화되지는 않았고 이 대통령이 해명을 했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내뱉은 메시지로서 가볍게 넘어갈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장에서도 이와같은 트럼프의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서 "정보당국으로부터 교회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이라면 유감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은 친위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다.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한 특검에 의해서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정황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였다고 확신한다"며 "교회 단속, 교회 급습, 그런 루머를 들어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일단 넘어갔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발언은 현재 미국 보수 세력이 가지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안함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