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단속국(ICE)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 총 475명을 체포했다. 사진= ICE 홈페이지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또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단속국(ICE)는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 국적자 300명 이상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체포작전은 ICE의 단일 사업장 압수수색으로는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고, 시점도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달 25일 있은 지 불과 열흘 만이라는 점에서 한미동맹이라는 오랜 관계에 금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체포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은 지난달 31일 발부됐다고 하니,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지 6일 만에 이미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무색하게 만든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압수수색 준비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준비했다는데, 당초 목표는 히스패닉 불법체류자 4명이 목표였다가 트럼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호관세 정책이 국내외적으로 장벽에 부딪히자 난국 돌파용으로 대한민국 국민까지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미화한 상호관세가 미국 안팎에서 공격을 받자 국면 전환을 위해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대한민국을 공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맹관계이고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서는 가차없이 공격하는 야비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중국, 인도, 브라질 등 현재 트럼프 상호관세에 맞서는 나라들에게 간접적인 경고를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현재 대내외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장벽에 가로막혀있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장벽에 가로막혀 트럼프가 비켜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데다, 인도는 50% 관세 부과에 대해 모디 총리가 정면 대결을 선포했고, 브라질은 50% 관세폭탄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에는 세계 26개국 정상 및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반미 연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 미국이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을 급습한 시점은 중국 전승절 이틀 뒤였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부과한 근거가 되는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가 고등법원에서도 위법이란 판정을 내렸고, 10월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만 고등법원의 위법 판결만으로도 정치적인 명분이 퇴색된 상태다. 만일 대법원에서도 위법 판결이 나올 경우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상호관세로 받은 수천억 달러의 관세를 해당 나라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

상호관세가 위법이란 판결이 나와 대안으로 무역확장법232조를 들고 품목별 관세를 내세울 수 있지만, 이 경우 품목별 관세 부과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6개월 이상이 걸려 내년 6월에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문제는 내년 11월 3일 미국의 중간선거다. 6년 임기인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2년 임기인 하원의원 535명 전체, 주지사 50명 중 36명, 워싱턴 DC의 시장과 준 주지사 3명을 뽑는 트럼프 정부가 최종 평가를 받는 선거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이번 상호관세 정책이 내부적으로는 법원에 제동이 걸리고, 대외적으로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Brics를 비롯해 상하이협력기구(SOC) 25개국 등 반 미 연대가 뭉쳐 상호관세에 대항할 경우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과 상원의 의석을 뺏겨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여소야대로 바뀔 경우 트럼프 시즌2 하반기 정치활동은 위축될 것이고 트럼프가 법이라도 바꿔서 재선에 도전하려는 계획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입장이라고 해도 이번에 충격요법으로 선택한 것이 한국의 미국 내 생산공장을 선택한 것은 큰 실수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3500억달러의 투자에 더해 기업들 투자까지 총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데다 1000억달러의 에너지를 수입해주겠다고 하는 정치경제적 동반자인 한국의 현지 투자 생산공장을 급습한 것은 분명 잘못된 판단이다.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이나 미국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처나 방법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 협상을 뜻대로 이끌기 위해 한국 공장을 급습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를 댄다고 해도 이는 미국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다.

1945년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 패권주의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잡히면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는 엄청나게 발전해왔는데, 그 기반에는 미국의 포용적인 정치와 경제 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가 돼 성장해온 세계 경제가 미국 내부적으로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소비가 중심이 된 서비스업 비중이 70%를 넘으면서 부가가치 능력이 떨어지고, 국제 정세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힘의 균형이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질서를 만들어 새로운 패권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관세폭탄과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투자 유치인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관세를 기반으로 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실패할 경우 이것은 미국의 재앙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많은 나라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고통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과거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전세계와 함께 미국도 발전했지만, 정작 미국민들은 50년 전보다 더 가난해지다 보니 공동번영 의식이 무너지고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게 됐다”면서 “포용적인 정치 이념을 바탕으로 한 미국 중심의 패러다임을 대신할 새로운 규범을 찾는 과정에 있고, 이 과정에서도 역시 공동번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 과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포용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공동번영이 아닌 갈등 구조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면서 글로벌 경제질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이 와중에 동맹국의 것을 뺏어서라도 미국의 패권을 억지로 유지시키려고 무리한 판단과 행동을 하고 있다.

이번 미국이 수백명의 한국인을 체포한 것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한 분기점으로 보인다. 어쩌면 트럼프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다 됐을 수 있다. 일종의 극약처방을 쓴 것으로도 보인다. 극약처방은 내가 죽을 수 있는 확률도 반이다.

우리는 의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