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이석현 대표. 사진=현대해상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석현 부사장이 새롭게 사령탑을 맡은 현대해상이 새로운 CEO 취임 3개월 만에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변동되는 등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 이석현 號 신 경영체제에 어둠이 깔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일 현대해상에 대한 보험금지급능력평가를 기존 AAA(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후순위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를 AA+(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변경하면서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이번 신용등급 부정적 변동은 이석현 부사장이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새로운 대표 체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한국신용평가가 현대해상의 신용을 부정적으로 변동시킨 이유는 우선 보험부문의 이익변동성 악화를 들 수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8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410억원에 비해 44%수준으로 반토막 이하로 내려갔다. 특히 영업이익 중 보험손익이 전년 같은 기간 5330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인 1760억원으로 최악의 영업성적 결과를 보였다. 투자손익은 전년 1080억원과 비슷한 1070억원을 올렸다.

현대해상의 보험수익성은 이미 2023년부터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최근 2023~2024년 보험수익성은 업계평균인 8.9%에 한참 못 미치는 5.7%로 영업력 약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1분기 4770억원 대비 57.5% 줄어든 2030억원에 불과했다.

한 때 손보업계의 2위 자리를 두고 다투던 DB손해보험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부실한 실적을 보인 것이다.

DB손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470억원으로 지난해 7670억원 대비 15.7% 줄어든 데 그쳤다. DB손보 역시 보험손익에서는 지난해 1분기 5630억원에서 28.5% 줄어든 4030억원이었지만, 투자손익에서는 오히려 지난해 2040억원에서 19.6% 증가한 2440억원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DB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4470억원으로 현대해상 2030억원의 두 배를 훨씬 초과하는 실적을 올렸다.

두 회사의 자산총계는 DB손보가 55조4780억원, 현대해상이 49조568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인 상황에서 영업 및 자산운영에서 큰 차이를 보인 것이어서 두 회사 간의 명암이 엇갈리는 결과를 맞았다.

수익성뿐 아니라 자본 건전성 악화도 지적되고 있다. 현대해상의 기본자본 킥스(K-ICS)는 1분기 기준 46.7%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50%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158.6%를 기록해 두 회사 간 격차는 112%포인트에 달했다.

또 다른 신용 하락의 원인은 보험사 존속 여부와 관련 있는 지급여력비율 악화다. 현대해상의 지급여력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59.4%로 금융감독원이 최소 기준으로 삼는 150%에 근접해있는 상황이다.

현대해상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말 173.2%에서 2024년 말 157.0%로 급격하게 악화된 상황에서 올해 1분기 159.4%에 머물러 있다. 이는 보험업계 평균인 197.9%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치이며, 삼성화재 266.6%, DB손보 204.7%와는 격차가 크게 벌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까지 투톱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조용일·이성재 대표체제를 접고 CPC전략부문장인 이석현 부사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올린 것이다.

현대해상은 이미 지난해 말 이석현 부사장을 중심으로 단독 대표체제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임원진 30% 이상을 교체하고 핵심 부서에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조직분위기 쇄신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윤리경영, 기술지원, 브랜드전략 등 주요 스탭조직에 상당수의 외부 인사를 투입해 물갈이를 했다.

조직구성도 간부급의 경우 60년대생 위주에서 70년대생 중심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석현 대표체제 출범 3개월 여 만에 신용등급 부정적 평가라는 경고장을 받아 들게 된 것이다.

현재 브랜드 관련 부서의 인원 교체가 이뤄진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고객에 대한 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현대해상의 홈페이지도 허술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례로 홈페이지에서 회사 조직도를 들어가보면 본사 주소와 위치가 표시된 광화문 일대의 지도만 올라와있는 형편이다.

보험업계 1강 2중 체제에서 이제 1강 1중 체제로 바뀌고 약체 기업으로 추락한 현대해상이 훼손된 경쟁력과 실추된 이미지를 복원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김예은 애널리스트는 “향후 제도변경 및 할인율 현실화는 현대해상의 지급여력비율에 추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이 회사의 시장지위, 이익창출능력, 신계약 유입 실적, ALM(자산부채종합관리) 관리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본적정성의 중장기적인 개선 추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