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시위대가 미국국기와 멕시코국기를 혼합한 깃발을 들고 주방위군 철수를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와 캘리포니아 때리기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싸움이 미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미국이 내전 전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래 등에 새우등 터지는 사태가 우려된다.

이번 싸움은 관세폭탄이 도화선이 됐지만, 근본적인 색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은 이미 1860년대 링컨의 관세폭탄을 둘러싸고 남북전쟁을 치른 바 있어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가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정치적으로 민주당 텃밭이 돼있어서 대통령 선거인단 55명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대통령 선거인단 총 538명의 10%가 넘는 인원이다.

캘리포니아는 1992년 클린턴 대통령 당선 때부터 현재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꾸준히 민주당에 이 55명의 표를 몰아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약했는데, 트럼프가 2016년 45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의 31.64%만 트럼프를 지지했고, 61.73%의 표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몰렸다. 2020년 재선도전 때는 바이든 63.48%, 트럼프 34.32% 였다. 지난 2024년 11월 47대 대선에서는 해리스 58.48%, 트럼프 38.34%였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아무리 용을 써봐야 캘리포니아에서는 표를 얻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개빈 뉴섬이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해 위헌소송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캘리포니아나 뉴섬 주지사 모두 본인의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IEEPA법(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바탕으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뉴섬 주지사는 현재 미국의 상황이 IEEPA법을 발동할 만큼 비상상황이 아니라면서 북부연방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CIT)은 지난 5월 28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조치의 시행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려 트럼프 상호관세의 법적인 근거가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미국 내 5개 민간 기업이 지난 4월 제기한 것이었다.

만일 뉴섬이 북부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마저 이길 경우 트럼프의 정치적인 입지는 더 줄어들게 된다. 현재 트럼프는 IEEPA법 외에도 무역법 및 관세법 등을 통해 관세폭탄을 때릴 수는 있겠지만, 일단 뉴섬과의 정치적 대결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게 되는 상황이 된다.

결국 트럼프는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가 주를 이루면서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 된 캘리포니아에 군사력을 동원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미국 전역으로 번지게 됐고, 누가 이길 지의 결과는 내년 11월 중간평가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간평가에서는 하원의원 435석 전체와 상원의원 100명 중 34명 그리고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하게 된다. 이 때 뉴섬 주지사도 3선에 도전하는데, 뉴섬은 현재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유력주자이면서 차기 대통령 당선 1, 2위 자리에 올라있다. 이번에 뉴섬이 트럼프의 기를 꺾을 경우 뉴섬은 캘리포니아라는 지방에서 전국구 중심 정치인으로 우뚝 서게 된다.

트럼프가 동원한 주방위군에 대해서도 미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한 로스앤젤레스 주 방위군 배치를 임시 중단하라면서, 주 방위군 통제권을 뉴섬 주지사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생일에 맞춰 연 열병식과 같은 기간인 13, 14일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캘리포니아주 시위 현장에서 투입해 합동작전을 벌였다.

트럼프와 뉴섬 간의 전쟁은 어쩔 수 없이 미국 내 보수와 진보의 전면 전쟁으로 번지게 됐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는 매우 독특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지닌 곳이다. 미국 내 다른 지역이 주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데 반해 캘리포니아는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스페인이 물러간 후에는 멕시코의 영토였다가 1848년 미국이 미국-멕시코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31번째 주가 됐다. 그래서 히스패닉계가 많이 살고 있고, 이민자들의 천국이 됐다.

땅 넓이는 미국 50개 주 중 세번째로 한반도 면적의 두 배 가량인데, 인구는 4000만명으로 가장많은 인구를 자랑한다.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으로서 2024년 기준 GDP는 4조1000억달러로 우리나라 GDP의 2.19배에 달한다. 미국 총 GDP의 14%이며, 캘리포니아가 독립을 했을 경우 나라 기준으로 미국, 중국, 독일 다음의 세계 4위의 수준이다.

1800년 대 중반부터 시작된 골드러시, 온화한 기후와 평원을 기초로 한 농업의 발달,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및 예술의 중심, 2차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조선 등 미국 군수장비 제조의 중심이었다. 그에 더해 1950년대부터 조성된 실리콘밸리는 세계 IT를 이끌고 있어 여러 분야에서 부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다. 여기에 1960년대부터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히피문화가 발달하면서 진보의 성지가 됐다.

캘리포이아가 트럼프 관세폭탄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는 캘리포니아 인구 상당수가 멕시코 등 남미와의 관계가 깊은 데,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를 핍박하고 나서면서 히스패닉계가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봐야 한다.

멕시코로부터 들여오는 물건에 관세폭탄을 때리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면서 캘리포니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 세금이 가장 비싼 곳이다. 세금이 미국 전체 평균의 약 2배에 달한다. 대부분의 주 들은 부가세와 소득세 둘 중 하나만 받는데 캘리포니아는 둘 다 부과한다. 둘 다 받는 경우도 합해서 10%를 넘지 않는데, 캘리포니아는 합해서 약 20%에 달한다.

세금에 대한 저항감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트럼프가 추진한 감세법이 캘리포니아 민심을 바꿀 지도 관전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 간의 싸움의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질서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당장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뉴섬을 비롯한 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지금부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