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를 갱신중인 강남 아파트 단지들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김없이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과 용산 집값의 이상 급등 현상이 인근 마포, 성동으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서울에서 전통적인 집값 소외지역인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와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까지 상승세가 번져 서울 25개 구 모두 상승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12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이달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6% 올라 그 전주 0.19%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5주 연속 상승폭 확대 추세가 이어졌다.
서울 집값은 올해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강남3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불을 지피기 시작해 다시 45일만에 토지거래하가구역으로 재지정하면서 풍선효과까지 겹쳐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는 들불을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오 시장은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강남 못지않게 오르고 있는 성동구와 마포구에 대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주 성동구는 0.47%, 마포구는 0.45% 올라 용산구 0.43%보다 더 올랐다.
서울 집값에 불을 지른 건 오 시장이지만, 본격적으로 들썩이게 만든 것은 진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진보정부의 특성 중 하나는 재정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나오는 얘기도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등 확대재정 정책이다. 재정확대는 당연히 유동성 완화로 연결돼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과 서울 집값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진보정부와 보수정부 간의 차이가 확연하다.
첫 진보정부였던 김대중 정부 때 서울 집값은 60% 상승했다. 노무현 정부 때 53%, 문재인 정부때 62% 올랐다. 반면 보수 정부인 이명박 정부 때 서울 집값은 오히려 3%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 때는 10% 올랐다. 윤석열 정부 3년 간에는 5% 하락했는데, 전국이 11% 하락했으니까 서울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것이다.
이재명 진보정부에서의 집값이 걱정된 이창용 총재가 또 집값을 걱정하고 나섰다. 진부정부와 집값을 연결 짓지는 않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경우에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나 금리인하 모두 유동성 확대의 원인이기 때문에 결국 진보정부에서의 집값상승 현상을 경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현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에도 서울 집값 상승의 원흉은 강남이라면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 출신 학생들의 대학교 입학인원 상한제를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다.
지난해 9월 이 총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출신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과다 입학하다 보니 사람들이 서울 그것도 강남으로 몰려 집값이 오른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 출신의 대입 상한선을 도입하고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게 독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으로 현실성이 없는 엉뚱한 발상이지만, 서울 집값의 주범인 강남 집값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 지를 알 수 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겨우 일주일 지났지만 벌써 기대효과가 발동해 아파트값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수도권으로 서서히 온기가 전달되고 있다. 머지않아 지방까지 가수요가 발동해 거품이 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집값 딜레마가 재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닌 그저 사는(Living) 수단일 뿐이라는 시각을 가진 김수현 시민사회수석의 생각, 부동산 지식이 별로 없이 규제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을 쓴 문 대통령의 인사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도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 속에서 가격이 정해지고 가치가 정해진다. 이러한 시장의 원리를 무시할 경우 시장은 무너진다. 당연히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고,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공급을 줄이는 것이 시장 원리를 찾는 기초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 필요한 국토부 장관은 바로 그런 시장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방안을 펼칠 인물이어야 할 것이고, 대통령 임기 초부터 정부의 정책 방향도 부동산 정책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발목이 잡힌 문재인 정부는 총 30여 차례의 부동산정책을 내놨고,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41차례나 열었다. 그래도 부동산 시장은 엉망이 됐고 민심은 돌아섰다.
이재명 정권 부동산 대책의 첫 단추는 우선 장관 인선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토교통부 장관도 중요하지만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부동산 시장을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할 것이다.
국토부장관은 장관 서열상 밑에서 3번째이지만 시장 영향력 측면을 보면 위에서 3번째도 부족할 것이다. 문 정부에서의 장관들 중 국민들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장관은 김현미 장관일 것이다.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든다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은 항상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