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되면서, 통화관리의 추체인 한국은행이 통화주권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태풍의 힘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나와있는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미국 달러를 베이스로 발행돼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과연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해서 일상생활에 쓰여질 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지난 6.3 대선에서 후보들 간에도 논의가 있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내걸었기 때문에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원화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된 후 후속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필요한 각종 법안들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생활에 정상적으로 쓰여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많은 장애가 많다.
우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 공식적인 법정화폐인 원화와의 상충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법정통화인 원화는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관리를 하면서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더해 가상화폐 전문기관들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통화량 조절이 쉽지 않아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의 통화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1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서는 현금 1원을 담보로 내놔야 하는 것이 전제되는데, 1원의 현금 대신 1원어치의 국채를 담보로 설정해도 되기 때문에 국채 규모만큼의 스테이블코인 통화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들은 현금을 담보로 할 경우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국채에 대한 이자 수익을 노리고 현금보다는 국채를 담보로 설정하는 것을 선호한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 대부분도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발행하고 있다.
즉 한국은행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현재의 통화관리 시스템으로는 통화량 관리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화관리가 안되면 금리를 정하는 기준도 정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물가관리나 환율 관리체계도 망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과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통용될 경우에 해당된다. 만일 시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용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는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화폐 체계는 원화와 외화 간의 교환이 국내에서는 자유롭지만, 원화의 해외 통용을 법으로 금지해놔서 원화는 대한민국 국경을 넘는 순간 쓸 수가 없게 돼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봐야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해외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받았을 경우 자국으로 송금해봐야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일 원화를 해외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풀었을 경우는 어떨까? 그렇게 되면 그동안 통화관리를 위해 원화의 해외 사용을 금지시킨 우리나라의 통화시장은 대 전환을 맞이해야 한다. 원화에 대한 외국 세력의 공매도 위험에 노출이 돼 순식간에 원화가치가 휴지조각이 돼 나라가 파산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의 재무장관인 스콧 베센트가 소로스 펀드 재직 시절인 1992년 9월 16일 영국 파운드화에 공매도를 쳐 하루만에 파운드화를 20% 이상 폭락시켜 소로스펀드가 10억달러 이상을 벌어간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은 이 사태로 인플레이션 급증과 실업률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상당기간 겪으면서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전 세계의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체할 수 있는 가이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는 2025년 5월 기준 2429억달러(332조원) 규모인데 그 중 약 70%가 테더(USTD)이고 약 17%가 써클(USDC)이다. 모두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다. 최근 서클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해 하루 만에 따상을 쳐 흥행을 이룰 정도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바 있다.
2024년 한 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27조6000억달러로 비자나 마스터카드 전체 거래규모인 25조7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스테이블코인은 나라 밖에서 엄청난 거래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까? 아니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까?
그것은 환율에 대한 불편함도 있지만, 화폐로서 달러가 안전할까와 원화가 안전할까의 선택에 대한 문제도 대두된다.
스테이블코인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화, 위안화등 3개 화폐별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세계 시장이 재편되고, 그 외의 통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비트코인 알고리즘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럴경우 우리나라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그룹에 들어가거나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그룹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현재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이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첫발을 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벌어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변화 속에 우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기능을 할 지에 관계기관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화폐주권에만 몰입하지 말고 장강의 물결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