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별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를 통해 정작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의도와는 달리 미국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관세에 이어 미국 경기 침체발 세계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연준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인하를 강하게 요구한 것과는 달리 파월은 금리인하를 연 내 2회 또는 1회만 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관세 부담으로 인한 미국 경기침체 경고의 목소리가 확산됨에 따라 금리인하 시행 시기가 빨라지고, 횟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긴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져
지난 6일(현지시간)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6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서 내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내리면서 기준금리를 2.75~3%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결국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연준의 통화정책회의 때마다 금리를 내린다는 얘기다.
앞서 JP모건은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미국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을 예상하면서, 올해 미국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관세폭탄으로 인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물품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결국 소득이 일정한 미국민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이는 생산 위축으로 연결되고 결국은 고용악화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에 빠진다는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과 고용악화라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리게 된 것이다.
금리인하 시점을 당겨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도 나왔다. 6일(현지시간) JP모건 자산운용의 밥 비셸 채권 글로벌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출연해 “연준이 5월 전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면서 “연준이 5월 회의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보인다”고 당장 금리인하 단행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JP모건 브루스 카스만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높였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와 관련 “보복, 미국의 심리 위축, 공급망 붕괴 등으로 관세 인상 영향이 확대될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상당한 거시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다”면서 “이러한 정책들이 지속된다면 올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경기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골드만삭스가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기존 35%에서 45%로 급하게 높여 잡았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20%에서 35%로 상향한 지 한 달도 안돼서 45%로 높인 것이다.
경기 침체 배경으로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과 정책 불확실성의 증가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을 들었다.
UBS의 조너선 핑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여파로 미국 경제가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봤고, 바클리는 올해 미국 경제가 0.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잇따른 경기 침체 경고에 굳건한 입장을 보이던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 변화가 언제쯤 나올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월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파월은 "아직 정책 전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닫아놓은 상태지만, 실제 고용과 소비심리 지표들이 심각하게 악화할 경우 금리인상 시기를 당기고 횟수를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예측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53.4%로 일주일 전(18.5%)이나 전 거래일(33.3%) 대비 급등했다.
6월 금리가 지금(4.25∼4.50%)보다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100%이고, 3.75∼4.00%로 내려갈 거란 전망이 51.9%로 가장 많다.
12월 기준금리의 경우 3.0∼3.25%로 내릴 거란 전망이 34.8%로 가장 많고, 3.25∼3.50% 전망이 30.2%로 뒤를 잇고 있다.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86.5%다.
이는 국채 금리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6일(현지시간) 3.9%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7일(현지시간) 4%대로 다시 올라섰지만 여전히 불안한 전망 속에 미국 국채금리 인하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인하의 후폭풍, 인플레이션에 불 지피는 꼴…트럼프의 해법은?
그러나 파월이 두고 당분간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매파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세폭탄으로 인해 우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자칫 금리를 낮출 경우 경기에 최대 적인 물가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세폭탄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트럼프도 협상을 통해 관세를 조정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과연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를 두고 글로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부터 대한민국을 포함해 상호관세 부과국 모두를 상대로 협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 경제전문가는 “관세폭탄에 따라서 경기 침체 이전에 인플레이션이 오고, 이어서 구매력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가 뒤따라 오게 되면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 발행하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플레이션 발생 시점에 금리인하를 강행하기는 어려워보인다”면서 “트럼프도 경제전문가인만큼 관세폭탄을 무기로 해서 유리한 협상카드를 쥔 다음 무역흑자액 만큼을 토해내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관세를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