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AGA의 한계, 벌써 트럼프노믹스 수정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5.01.07 10:19 의견 0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가 취임 10여일 앞두고 주요 대선공약이었던 보편관세를 선별관세로 전환한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있었다. 무차별적인 보편관세로 인해 미국 물가불안 우려에 따른 미국 내 인기가 시들해지자 서둘러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취임식을 10여일 앞두고 트럼프노믹스에 큰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밤(6일, 현지시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자신의 보좌관들에게 그동안 주장해왔던 보편관세를 선별관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인 관세폭탄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부정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관세정책의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핵심공약으로 불법이민자 추방과 함께 관세폭탄을 강조해왔다. 그가 주장한 관세폭탄은 모든 나라의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등 저가공세 및 부정적 과정을 가진 나라에 대해서는 60%~2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러한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으로 안그래도 무역 및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갈등구조가 더욱 악화돼 세계 정치 및 경제질서가 어지러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중국의 전기차 등 모든 제품에 미국산 반도체 탑제를 금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제는 반도체에 관해서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는 메지시를 세계 시장에 알린 결과가 됐다.

실제 미국 반도체 기업의 중심인 인텔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고, 마이크론 역시 첨단반도체 기술력에서는 한발짝 밀려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이 3나노 반도체 생산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자칫 미국 반도체 경쟁력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정책에 대한 궤도를 수정한 배경에는 대통령 선거 중에는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가 내건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화려함에 빠져 눈에 잠시 콩깍지가 꼈지만, 취임을 앞두고 국민들이 그동안 트럼프의 말장난에 놀아난 자신들을 발견하면서 트럼프 불신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매겨 그 돈으로 미국인들 세금을 깎아준다는 말이 달콤했고, 불법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늘려주겠다는 공약에 표를 던졌지만, 막상 관세는 물가상승으로, 이민자 추방은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미국인들의 동요가 시작된 것이다.

이미 월마트 등 상점들에는 트럼프 취임 전에 물건을 사재기하려는 인파가 줄을 잇고 있다. 트럼프 관세가 모든 물가를 올려 먹고살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벌써 심리적 불안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책변경의 이유로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비롯한 공약에 포함된 계획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고 파괴적일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서 당초 공약대로 보편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인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수입 식품이나 저렴한 전자제품 등의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줘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캐서린 램펠은 칼럼을 통해 “미국인들은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임을 알아챈 듯 보인다. 과거 수십년 동안 매달 서베이를 통해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견해를 조사해온 미시간대는 바로 지금이 비싼 아이템을 구입할 적기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가구류·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처럼 일반 가정이 구입하는 주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서베이 참여자들의 숫자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런 기사와 칼럼을 내보낸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지난 대선 기간동안 워싱턴포스트는 과거처럼 민주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인 워싱턴포스트의 이례적인 입장이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의 지시로 알려진다. 이에 반발한 편집국장 이하 여러 기자들이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갔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취임식 기부금을 낸 유명 기업인들을 풍자한 만평을 베이조스 지시로 삭제했다. 이 사건으로 또 여러 기자들이 사표를 썼다. 이번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 베이조스, 저커버그, 올트만 등 대표적인 IT기업 CEO들이 100만달러씩 기부금을 낸 것을 풍자한 만평이었다.

어쨌든 어떠한 이유로든 미국이 트럼프의 보편관세가 선별관세로 전환되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2024년 총 수출은 6838억달러인데 이 중 1278억달러인 18.7%가 미국으로의 수출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1330억 달러에 이은 수출대상국 2위인데 7년째 매년 최고 수출액을 갱신중에 있다. 지난해 수출증가율 역시 10.5%로 중국 수출증가율 6.6%보다 훨씬 높다.

특히 미국 수출 주요 품목을 보면 자동차가 342억달러로 전년 대비 8.2% 늘었는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전체적으로는 708억달러로 전년 대비 0.1%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총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8.3%로서 자동차 수출시장은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03억달러, 일반기계는 3.6% 증가한 149억달러다. 자동차·반도체·일반기계 등 우리나라 산업을 떠받히고 있는 주력산업의 비중이 근 50%에 육박한다.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지난해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무역수지는 22년과 23년 연속 적자에서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518억달러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흑자가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부과는 우리나라 수출에 엄청난 적신호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우리는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산업 비중이 높아 이들 수출이 무너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관세정책의 변화처럼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의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민심 이기는 권력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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