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환율에게 물어봐야…한은의 고민

-원∙달러 환율 1400원 노크, 한 달만에 6% 이상 올라…물가상승 부추겨
-3분기 GDP성장율 0.1% 등 경기침체 조짐으로 금리인하 필요하지만 환율이 발목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0.28 09:38 의견 0
한국은행. 한은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리인하 여부 고민에 빠졌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환율이 발목을 잡고있는 반면 경기는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이창용 총재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사진=수도시민경제

한국은행이 벌써부터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월 17일 베이비컷(0.25%p 인하)으로 인해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낮춘 지 한 달도 안돼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이 되는 변수들이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주 전 금리인하 당시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고 집값이 상승할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 금리인하를 주저했지만, 다행히 10월 들어서 가계부채 증가폭이 줄어들고 그동안 상승곡선을 그렸던 서울 아파트값도 조정 국면에 들면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11월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회의를 앞두고는 경기침체와 환율이라는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지난 25일 나온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한국은행 전망치인 0.5%보타 크게 낮은 전분기 대비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4%나 감소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이 -0.8%를 기록해 성장률을 크게 깎아먹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했던 내수는 오히려 0.9% 상승해 물가불안 요소로 대두됐다.

여기에 환율이 거침없이 오르면서 환율비상이 걸렸다. 28일 달러당 원화 환율은 1390원을 오르내리면서 지난 9월 30일 1307.8원과 비교해서 한 달만에 무려 6% 이상 상승했다.

한 달 뒤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급기야 환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17일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이번에는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면서 “미국이 '피벗'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환율의 급등으로 수입물가가 상승한 데 따른 국내 물가 상승압박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 자금의 유출도 고민거리가 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3조3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최근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물가도 잡히면서 11월 7일 있을 연방준비위원회에서 금리가 베이비컷 또는 동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가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국내 금리를 내려 미국과의 금리차를 벌리는 것이 환율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2.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 해소를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지만, 오히려 환율상승과 물가상승이라는 악재가 대두되면서 한은이 어려운 처지에 몰린 것이다.

내년이 더 문제인데, 현재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글로벌 무역질서가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도 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연준의 통화정책회의가 있어 금리 관련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11월 금통위 통화정책회의가 올해 마지막이라는 것도 이 총재에게는 더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금통위 통화정책회의가 11월 28일로 끝나고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내년 1월 중순에 열린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금리 관련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마지막 회의를 앞둔 시점이어서 연말 물가상승률, 환율, 가계부채, 집값 그리고 경제성장률등을 모두 고려한 대책이 금리 결정에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때 우리나라는 소극적으로 올린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일 수도 있는데, 미국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폭과 횟수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금리 수준이 낮은 편이어서 쓸 수 있는 정책이 한계가 있다는 점이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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