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까지 30분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9.27 09:30 의견 0


한 때 경기도 일원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전단지를 보면 대문짝만한 글씨로 "강남까지 30분"이라는 문구를 넣어서 광고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최근에 분양하는 아파트들도 GTX 또는 전철 개통으로 "강남까지 00분" 문구를 넣어서 홍보한다. 그만큼 강남이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지이고 쇼핑, 극장, 레스토랑 등 젊은이들이 찾는 가장 핫한 도시라는 이야기이다.

내 직장이 있는 광교 신도시 상권도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강남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게 되자 광교 상권으로 모이던 젊은이들이 강남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포털 검색창에서 "강남까지 30분"과 "강남까지 40분"을 검색해 보았다. 강남까지 30분은 GTX공사를 하면 인천에서 강남까지 30분, 광명에서는 지하철로 30분 걸려 천지개벽 예정인 광명이야기, 퇴계원에서도 전철타고 강남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내용이 검색되었다

강남까지 40분은 수원 호매실에서 신분당선이 연결되면 40분 걸리고, 원주에서도 복선전철 공사하면 40분대 걸린다는 이야기와, 청라에서도 7호선이 연장되면 강남까지 40분에 갈 수 있다는 기사 내용이 검색되었다.

이어서 "강북까지 30분"을 검색해 보니 선거 공약과 둘레길 등 기타이야기가 검색되었고, "강북까지 40분"은 교통사고 이야기와 어느 아파트 정전이야기, 승용차 돌진 이야기 등이 검색되었다. 즉, 강북에 몇 분만에 도착한다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사가 아니란 뜻이다.

현재 공사중에 있는 GTX도 강남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강남까지 얼마가 걸려 강남에의 접근성이 좋아지게 되어 더욱 발전하고 좋아질 것이라고 들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강남이라는 지명은 최소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고 최상위 계층이 거주하는 장소쯤으로 여겨진다.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국세청의 "2022년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 자료에 의하면 평균 연봉 1위는 서울 강남구가 8390만원으로 나타났고, 전국 노동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4213만원이었다. 서울은 평균 4916만원, 전국 최하위인 부산 중구는 2708만원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2023.12.21)

또 다른 언론보도를 보면 2024 서울대 최초합격자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사교육의 메카인 강남3구 출신 인원이 466명으로 1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의 전체 고3 학생 수가 전국의 3.2%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9.4%p 많은 비중이 서울대에 합격한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강남구가 257명으로 전체 최초합격생의 7%를 차지했고, 서초구에서 128명(3.5%), 송파구에서 81명(2.2%)이 합격했다. (베리타스 2024.3.13)

강남구는 서울 평균급여액의 2배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고, 최하위인 부산 중구에 비해서는 3배 가까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한 서울대에 합격한 숫자도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시군구가 80개임을 고려해볼 때 소득과 교육에 있어 강남 쏠림현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하여 논할 정도의 능력은 되지 않지만 최소한 고속철도,GTX 개통과 관련하여 고속철도 선진국인 일본과 프랑스의 사례를 예로 들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일본의 경우 2차대전후 인구가 도쿄 광역권으로 점점 몰려 일본 도시 인구의 45%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의 평균소득은 다른 일본 도시보다 크게 높지는 않다. 즉, 1964년 개통된 고속철도인 신간센이 일본 도시들 간의 소득 균형을 뒷받침하여 도시간에 소득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파리와 리옹 사이 고속철도가 1981년 개통된 후 경제활동을 수도 파리에 더 집중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는 많은 기업들이 본사를 파리로 옮기게 되었다.

고속철도로 인해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대도시로 몰려들지 않아 도쿄의 광역권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다른 도시 거주자간의 소득격차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프랑스는 기업들이 파리로 모여들게 되어 파리와 다른 도시들과의 평균소득 격차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Age of the city, 2024, 번영하는 도시·몰락하는 도시, Ian Goldin & Tom Lee-Devlin, 92p)

우리의 경우에도 당초 고속철도 개통으로 기업의 지방이전, 수도권 기능의 분산을 통한 국토의 균형 개발, 고속철도 이용에 따른 시간비용 절감, 승용차의 고속도로 이용 및 교통사고 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축소가 기대되었다. 또한 고속철도역 중심의 관광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 관광·여가 산업의 발전과 지역 문화·예술·인적 교류 활성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도 예상되었다.

그러나 컵에 담긴 음료를 빨대로 마실 때처럼 고속도로, 고속철도의 개통 등 다양한 교통수단의 연결로 인해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면서 생긴 대도시 집중 현상인 이른바 '빨대효과(straw effect)'가 발생했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게 되니 역으로 지방에서는 강남으로의 쇼핑과 강남 대형병원으로 의료쇼핑을 오게 되었고,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인해 강남과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더욱 심화되어 정작 지방 도시에 기대되었던 기업이전과 관광 활성화는 생각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빨대효과로 프랑스의 경우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일본의 사례처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까? 고속철도와 GTX가 서울 집중의 수단이 아닌 하방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인재가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지방이전을 하는 기업들에게는 세제혜택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창조적인 인재가 모여들 수 있는 직·주·락의 정주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문화시설과 카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과 직장이 함께 모여 있는 복합도시인 컴팩트시티를 고속철도 라인인 원도심을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비용문제로 원도심 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한다면 다시 또 원도심 쇠퇴문제가 나오게 된다.

앞으로 개통될 GTX가 생활권을 서울로 더욱 더 흡수하는 수단이 아니라 경기도와 GTX역 인근 지역의 분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이 되는 올해 GTX와 고속철도가 서울의 기업이, 서울의 인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의 완성은 강남 근로자의 평균소득과 지방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같아지는 시점이다.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기회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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