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코리아 밸류업이 밸류다운이 된 이유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9.26 09:49 의견 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준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장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서, 지수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초기부터 강조해온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해결을 위해 검사출신 이복현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앉혀 추진해온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지난 24일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 아닌 냉랭하다.

특히 외국인들의 투자를 끌어들여 국내 증시를 살려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밸류업 지수 발표 하루 다음날인 어제는 외국인들이 약 5700억원에 달하는 순매도 행진을 벌여, 국내증시를 온통 파랗게 만들었다. 외국인들은 지난 두 달간 10조 이상을 팔고 자금을 빼가면서 이미 밸류업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제 주식시장을 보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 중 하락폭이 오히려 더 큰 종목들이 속출했다.

100개 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 중 대표선수들의 어제 주가를 보면, 삼성전자는 -1.58%, 포스코인터내셔널 -1.95%, 셀트리온 -2.68%, 현대차 -0.59%, 신한지주 -5.14%, 고려아연은 +0.72% 등이다.

특히 저PBR(주가 순자산 비율)이면서 배당 및 주주환원 비중이 높은 금융 관련주들의 하락폭이 컸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종목보다 지수 포함 종목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 지수 무용론까지 나왔다.

은행주 대장주인 신한지주가 5.14% 떨어진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 1.33% 떨어졌고, 삼성화재 4.76%, DB손해보험 6.58%, 떨어져 거의 폭락 수준을 보였다,

한편 지수에 편입이 못된 KB금융지주 4.76%, 하나금융지주 3.19% 하락해 신한지주보다는 덜 떨어졌다.

그러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문제는 종목 선정이 너무 성의 없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5일 기관 고객 대상으로 공개한 투자 노트에서 “(거래소가 발표한) 종목 100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밸류업 지수가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거래소가 빨리 깨닫길 바란다. 밸류업 벤치마크를 뛰어넘는 것은 한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것”

홍콩계 투자은행 CLSA도 ‘밸류 다운?(Value-dow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구성 종목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밸류업) ETF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 선정에서 실패한 밸류업 지수가 당초의 좋은 의도를 완전히 평가절하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배당 안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를 시가총액이 높다는 이유로 지수에 포함시키면서 종목 선정의 신선함이 훼손됐고, 역시 그동안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에스엠, JYPEnt 등, 물적분할 등으로 소액주주와 분쟁을 벌인 DB하이텍, 두산밥캣 등, PBR 고평가주인 한미반도체, 포스코DX 등이 지수에 포함되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 것이다.

반면, 그동안 고배당을 해온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제외되고, 직원 횡령 국내 은행 중 1위이면서, 전직 회장에 대한 부정당대출로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주주를 우롱한 우리금융지주는 포함시킨 것도 아이러니다.

그래서 이번 밸류업 지수는 코스피200과 KRX300을 대충 모방해서 시총 중심으로 선정했고, 그 결과 시장의 냉대를 받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흐름 상 종목별로 주가가 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겠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이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코리아 주식시장을 밸류업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 특히 종목 선정에 있어 구태를 보이면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년마다 종목 심사를 해서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는데, 내년 6월에는 좀 더 신선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종목 선정을 했으면 좋겠다. 삼성전자가 들어갈 수 있지만, 주가하락을 포함해 배당도 안하는 주주무시 대표종목을 넣는 그런 구태는 벗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학벌경영에 횡령에 부당대출로 온갖 비난을 받는 우리은행을 넣는 수상한 행동은 안하길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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