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복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올해 말에 입주예정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중 총 300가구를 신혼부부에게 ‘반값 전세’로 공급하기로 하고 점차 다른 단지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의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2(시프트2)'의 기준을 낮춰 소득 기준을 맞벌이 월소득 974만원으로 대폭 완화시켜 올림픽파크포레온에 10년 간 '반값 전세'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23~24일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올림픽파크포레온 장기전세주택2의 입주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공급 주택은 무자녀 가구 150세대(전용면적 49㎡)와 유자녀 가구 150세대(59㎡) 등 총 300가구다.
장기전세주택2는 지난 2007년 오세훈 시장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출산이나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번에 공급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세보증금은 전용면적 49㎡의 경우 3억5250만원, 59㎡는 4억2375만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동일면적에 대한 보증금 시세가 6억원, 8억원대로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50% 가량 싼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입주 대상은 혼인신고 한 날로부터 7년 이내인 신혼부부이거나 모집공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 혼인할 예비 신혼부부로 공고일 기준 5년 이내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과 세대원 수에 따른 면적 기준 등은 대폭 완화됐다.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의 경우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20% 이하(맞벌이 가구 180%), 60㎡ 초과 주택은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맞벌이 가구 200%)이면 장기전세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만 공급되기 때문에 자녀가 없는 맞벌이 신혼부부인 경우 월평균 소득이 974만원인 가구도 신청 가능하다. 3인 맞벌이 가구는 월소득 1295만원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다.
주택 면적도 기존 공공임대주택에서는 4인 가구가 돼야 '44㎡ 초과 주택'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장기전세주택2에서는 자녀가 없는 2인 신혼부부라도 '49㎡ 주택'에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국토부와 만나 장기전세주택2의 선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며 "기존 공공주택특별법에서 정한 면적 기준과는 달리 장기전세주택2는 별도의 소득, 면적, 재계약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액자산 보유자 입주를 막기 위해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고려한 '총자산' 기준도 도입된다. 이에 따라 총자산 6억5500만원 이하 가구인 경우 장기전세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총자산은 부동산과 자동차, 일반자산, 금융자산을 포함하고 부채를 제외한 금액으로 산정된다.
자녀 출산 시 혜택은 늘어난다. 자녀 1명만 출산하더라도 소득·자산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2년 단위로 재계약해 최장 10년까지 거주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자녀 이상 출산할 경우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10%, 3자녀 이상 출산 시 최대 20%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입주 이후 자녀가 늘어나면 10년차부터 더 넓은 평형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
20~30대 초반 젊은 신혼부부의 입주 기회 확대를 위해 '무주택 기간' 가점을 폐지한다. 다만 서울시 연속 거주 기간, 청약저축 납입 횟수를 가점으로 부여하고 높은 점수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동점자는 추첨을 실시한다.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기전세주택 전세 보증금을 보면 특히 강남 지역에서는 동일 평형의 전세보증금 대비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형성돼있다"며 "이번에 소득기준도 많이 완화하고, 가점제도를 도입해 기존과는 완전히 새로운 파격적인 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시는 8월 이후부터 올 하반기까지 장기전세주택2를 총 1000호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8월 모집공고가 예정된 곳은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자양1)' 177호, 송파구 '문정3' 35호, 은평구 '역촌1' 33호, 관악구 '봉천' 18호, 구로구 '개봉' 16호 등이다.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전용면적 79·82㎡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시의 신혼부부에게 한달 3만원 월세로 장기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데 이어 서울시도 신혼부부들에 대한 장기전세주택 자격기준을 낮추는 것은 저출산 대책에 수도권 지자체들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신혼 및 청년 주거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한식 기자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