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승진거부권, 새로운 국면의 시작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14 07:00 | 최종 수정 2024.06.14 09:44 의견 0
정년연장에 이어 승진거부권 요구하는 노조, 노후복지와 함께 고민해야. 사진=수도시민경제

코로나19 대유행인 팬데믹이 지난해 5월 종결됐으니까 소위 엔데믹이 시작된 지도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정부는 약 3년 4개월 간의 코로나19 ‘심각’ 단계를 ‘경계’ 단계로 바꾸면서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종료했다.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제해왔던 대기업 노조의 파업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

우선 노조의 요구사항이 파격적이다. 한편으로 보면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현재 현대·기아차 노조의 강력한 요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협상 결과에 따라 향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9천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성과금 35%+145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100%·주식 20주 등을 제시한 회사측 제안이 너무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예고했다.

평균연봉 1억2700만원으로 알려진 기아 노조는 정년 64세까지 연장에 환갑축하금 100만원, 출산 경조금 최대 20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이나 복지 등에 대한 요구야 늘 있어왔지만, 근래에는 정년 연장 요구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현대·기아차 노조 외에도 조선 3사, 삼성그룹 노조연대, LG유플러스 제2노조 등이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연봉 노조시대에 더해 이제는 그러한 상태를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정년연장에 이어 승진을 거부할 권리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승진거부권을 넣었다. 이 회사는 생산직의 경우 기장에서 기감 이상으로, 사무직은 선임에서 책임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하게 되는데 이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노조에서 탈퇴할 경우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고 승진을 하면 할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심사다. 노조 입장에서도 조합원 숫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보험료율은 올라가고 소득대체율은 떨어지면서 노후가 불안해지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 현재 정년과 국민연금 수령 시기간의 갭은 5년까지 벌어지게 돼있다. 그렇다보니 직장인들은 당연히 정년연장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사무직이나 노조 구성원이 아닌 근로자라도 이번 기회에 정년연장 분위기가 확산돼, 사회적으로 정년연장이 일반화되길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년연장에 따른 해결과제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정년연장은 결국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보듯 명확한 사실이다. 또한 신체적인 기능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남아도는 인력구조에 청년도 고용해야 하고, 노년도 책임지는 기업은 과연 건강해질 수 있을까?

노조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조정안도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60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체계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성 있는 예를들면 최고 연봉의 50% 수준이라든지 하는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생기는 여유를 가지고 청년 일자리를 뺏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손 놓고 바라보지만 말고, 여와 야가 협력해서 국민연금 개혁안과 함께 사회적 이슈가 돼있는 정년연장 부분을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가 심각해져 곪아 터지면 치료비 감당이 안된다.

이미 선진 여러 나라는 정년연장을 70세까지 고려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세금을 50% 전후로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모두 정년연장이나 노후 복지와 관련이 돼있다.

우리도 그러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연금, 정년, 노후복지 등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서두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 노조가 정년연장에 이어 승진거부권 같은 유치한 항목까지 요구하고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노조의 투쟁 목적은 저 앞으로 앞서가는데 정부나 기업은 과거 공식에만 얽매여 있다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고, 결국 사회적 정치적 이슈로 번질 것이다. 노조의 현재 요구는 분명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요구하는 흐름을 잘 읽어야 할 것이다.

초기에 대응해야 싸게 막는다는 가장 간단한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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