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한달새 6조 껑충…부채위험 평가는 낮아져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주담대 집중… 당국 “안정 관리” 필요

이주연 기자 승인 2024.06.13 06:17 | 최종 수정 2024.06.13 06:21 의견 0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 사진=수도시민경제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에만 14조6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로 지난달 5조7000억원 급증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지난달 주택거래 증가로 자금 수요가 지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 대출도 은행 재원(이차보전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5조4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4월(4조1000억원)보다 큰 증가 폭이다.

다만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이 3조6000억원 증가했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주택시장 회복 양상 등에 따라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대비 가계와 기업의 신용 위험도가 모처럼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 갭은 지난해 3분기 말 10.5%포인트(p)에서 4분기 말 6.3%p로 축소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 4분기 말의 5.9%p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신용 갭이 10%p 선을 밑돈 것도 2020년 2분기 말 이후 처음이다.

신용 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이탈했는지 보여주는 부채 위험 평가 지표다. 민간신용 비율의 상승 속도가 과거 추세보다 빠를수록 갭이 벌어지는데, BIS는 잠재적인 국가별 신용위기를 가늠하는 데 이 지표를 사용한다.

BIS는 신용 갭이 10%p를 초과하면 '경보' 단계, 2~10%p면 '주의' 단계, 2%p 미만이면 '보통' 단계로 각각 분류한다.

지난해 말 경보에서 주의로 위험도가 낮아진 셈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12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과 함께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4월 이후의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는 주택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지속과 대환경쟁 압력 등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3% 후반대 대출금리가 유지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일반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위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 주택시장 회복양상 등에 따라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5대 시중은행을 상대로 "차주의 상환 능력을 감안한 대출이 일선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과도한 대출이 나가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는 메시지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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