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과 노자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5.30 07:00 의견 0
노자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엔비디아다. 지난해 대비 262%의 매출 신장, 영업이익 70%, 시가총액은 현재 3위지만 머지않아 2위인 애플에 근접한 AI시대와 함께 황제로 등극한 셰계적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이런 기업으로 빠른 시간 속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은 시대와 엔비디아가 가진 기술력이 맞아떨어진 것이겠지만, 그런 우연으로 볼 수만은 없다. 엔비디아에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성장의 원동력은 회사의 기업문화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 누구도 보스가 아니다. 프로젝트가 보스다(Nobody is the boss. The Project is the boss)”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중심의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에선 회의 중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목표 달성에 장애물을 발견하면 소프트웨어 조직의 책임자든 중간급 엔지니어든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눠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우선순위와 일정을 재설정하기 위해 회의를 중단하기도 한다.

엔비디아에는 지배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만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적정직성(Intellectual Honesty)를 강조한다. 자기비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능력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위압감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밝히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노자는 조용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조용한 리더십의 기본은 우선 리더가 말을 적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리더가 말을 많이 하면 다른 사람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모든 공을 신하들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공을 차지하면 아랫사람은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무위(無爲)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해야 아랫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이 세가지 중에 세번째인 무위를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리더가 자꾸 직접 간섭하고 강요하면 아랫사람들은 반발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일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無爲而無不治).’ 이런 노자의 메시지는 수천 년간 중국 황제들의 조용한 리더십으로 여겨져 왔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조용한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위(無爲)의 리더십이다.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조직원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라!’는 적극적인 의미의 표현이다. 사실 일 안 하는 직원에게 일하라고 소리 지르는 것보다 그 직원이 자신의 역량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리더로서는 더욱 하기 힘든 적극적인 행위라는 것일 것이다.

대만 출신의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중국 문화에 익숙하면서 아마 2500여 년 전 노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자발적으로 일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을 이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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