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우리의 TSMC? 그렇다면 우리는

김지윤 기자 승인 2024.05.28 15:36 의견 0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이고, 대만은 모든 국력이 TSMC의 반도체에서 나온다고 한다. 두 기업의 경쟁은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20%를 오르내린다. 대만에 있어서 TSMC는 국력을 대신하는 정도다.

삼성전자와 TSMC 양사 모두 내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수주경쟁의 핵심인 2나노미터 생산경쟁이 뜨겁다. 다음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파운드리 포럼에서 양사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바로 앞서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에 관심이 간다.

6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 간 열리는 이 컴퓨텍스에 AI반도체의 황제인 젠슨 황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미 젠슨황 부부가 대만에 도착해 사인회를 열 정도로 벌써부터 현지 열기가 대단하다.

이 컴퓨텍스에는 젠슨황 외에도 펫켈 싱어 인텔 CEO, 리라 수 AMD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세계 최고 반도체 관련 기업 수장들이 모여든다.

현재 대만은 엔비디아 광풍 속에 있다. 늘 중국의 위협 속에 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대만 입장에서는 TSMC의 반도체가 국력인데. 여기에 자국 출신의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인 젠슨 황이 대만을 직접 방문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TSMC와 엔비디아는 거의 신이다.

최근 대만이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면서 엔비디아가 대만에 팹리스 공장(연구소)을 기공한 것도 대만 국민들을 흥분하게 하는 요소다. 현재 엔비디아는 GPU(인공지능형 반도체칩) 전량을 TSMC에 발주하고 있다.

안그래도 엔비디아와 TSMC의 전격적인 협력관계가 우리 삼성전자의 걸림돌이 돼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한몸처럼 움직일 경우 진짜 삼성전자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생긴다.

얼마 전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 납품을 위한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보통의 경우 시험에 통과했다는 것이 발표되고 뉴스가 되는데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시험 통과를 위한 준비 중간에 그런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일반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AI용 반도체는 주문형이기 때문에 통상 수차례 시행착오와 의견 조율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간 과정을 뚝 잘라 시험에 낙방했다는 내용 보도는 의도가 있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 진다.

어쩌면, 극한 경쟁관계에 있는 TSMC와 혈육으로 얽혀있는 엔비디아의 의도적인 견제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세계는 엄청나게 빨리 전개되는 AI시대를 맞아 관련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그 가운데 준비가 소홀한 삼성전자가 어쩌면 위기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대만은 TSMC가 자신들의 최고 안보력이고 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TSMC와 엔비디아를 영웅시하고 추앙하고 있다. 그들과 전쟁하는 삼성전자에게도 국민적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반도체 황제인 젠슨황이 적극적으로 TSMC를 감싼다면 우리에게는 큰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다.

삼성 차원에서 다양한 돌파구를 만들겠지만, 우리 국가와 국민도 대만만큼은 아니더라도 적극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지윤 기자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