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亢龍有悔)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08 07:00 | 최종 수정 2024.06.09 08:41 의견 0


주역은 중국 주나라의 점서(占書)인데, 운세를 점치는 내용 보다는 인생 살면서 참고해야 할 사물이나 인간사 변화의 패턴을 적어놓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역에 나오는 64괘(卦) 중 첫번째는 하늘 건(乾)이다. 이 건괘에서는 6단계의 용을 들어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몰락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 용은 잠용(潛龍)이다. 아직 실력을 발휘할 만한 단계가 아니어서 부지런히 실력을 갈고 닦는 단계의 용이다. 아직 써먹을 만한 능력이 갖추지 못해 힘을 기르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단계다.

두번째 용은 현룡(見龍)이다. 실력을 키운 잠용이 물 밖으로 등장한다는 뜻에서 현(見)자를 붙여 현룡이라고 한다. 이 때 자신을 알아주는 대인을 만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얻어 실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단계다.

세번째 용은 척룡(惕龍)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군주의 신임을 받기 시작한 단계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피곤을 모르는 단계다. 그러나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많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는 겸손의 단계다

네번째 용은 약용(躍龍)이다. 지금으로 보면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이제 무리를 이끌 정도의 능력을 가진 단계다. 하늘을 본격적으로 날기도 하는 그야말로 용 다운 용이다. 그러나 힘차게 뛰어 올랐다가도 상황이 안좋으면 잠시 물 속에 잠길 줄도 아는 나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판단력이 살아있는 단계다

다섯번째 용은 비룡(飛龍)이다. 하늘을 힘차게 솟구쳐 올라 최고임을 자랑하는 단계다. 쉽게 말해서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 급이다. 구만리 창천을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인생 최고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항룡(亢龍)이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단계까지 올라 결국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용이다. 이때 용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항룡에겐 후회가 따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용의 눈물’을 의미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권력이나 부귀가 어느 순간 최고의 순간에서 오만에 빠질 경우 하루 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후회만 남는다는 경고를 알려주는 말이다.

노자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돈이 많아 지위가 높아져 교만하다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허물이 될 것이다. 스스로 살피고 성공에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하늘의 도인 것이다’

성공을 누리려 하다가 결국 높이 올라간 항룡이 되어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비룡의 단계에서 모든 것이 아래로 보일 때 초심을 잃지말고 잠용의 단계로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권력에 올라선 대통령이 그래야 하고, 다수의 의석으로 의회권력을 잡은 야당 대표가 그래야 하고, 대통령에서 물러나서도 국정에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두려고 하는 전직 대통령도 그래야 하고, 국내 최고의 기업을 이끌다가 엔비디아에게 까여 자칫 내리막길을 탈 지도 모를 젊은 재벌 총수가 그래야 한다.

최고의 자리에서 최초의 마음가짐은 어느 경구보다 소중한 가르침일 것이다.

무릇 이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누구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甲辰年)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면, 스스로 초심을 가지고 한번 쯤은 물 밑으로 잠용해볼 필요도 있겠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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