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 아닌 슬픈 지도자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5.31 06:00 의견 0
맹자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살림이 어려운 한 남자가 있었는데, 매일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는 돈 많은 사람을 만나 너무 좋은 음식을 대접 받아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 남편이 의심스러워 하루는 아내가 외출을 하는 남편의 뒤를 밟았는데, 남편이 누구를 만나지도 않고 하루 종일을 할일 없이 돌아다니다 저녁무렵 공동묘지에 가서 장례를 치르는 곳에서 음식을 얻어먹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돈 많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음식을 실컷 먹었다”고 허세를 떨더라는 것이다

맹자는 제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요즘 부귀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 그 자세한 내용을 알면 자신의 부인이 부끄러워 통곡하지 않는 자 드물 것이다!(人之所以求富貴利達者, 其妻妾不羞也, 而不相泣者, 幾希矣라!)’ 이 이야기는 성공과 출세를 위하여 어떤 부끄러운 짓도 서슴지 않았던 당시 사회 풍토에 대한 것을 맹자가 사례를 들어 얘기한 것이다. 그때도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같다.

맹자는 하늘과 땅,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리더의 모습으로 대장부를 말했다. “내 뜻을 세상이 알아주면 나를 따르는 사람들과 내 뜻을 실천할 것이오(得志 與民由之), 내 뜻을 알아주지 못하면 나 홀로 나의 길을 걸으며 살리라(不得志 獨行其道)”

옳지 못하고 부끄러운 방법으로 부귀와 영달을 구하지 않겠다는 맹자의 인생관을 엿 볼 수 있는한편, 우리가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부귀와 성공을 추구하는 방법을 돌아보게 되는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함께 사는 배우자나 자식에게 인정받고 산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가족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다른 어떤 자리 누구에게서라도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앞에 맹자가 든 사례는 가장으로서의 존경을 유지하기 위해 허세까지 부려야 하는 안타깝지만 없이 사는 살림에도 가족들이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부부는 서로 평생 존경하며 살아야 할 대상인데 앞의 사례에 등장하는 그 남편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도 영웅도 아니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 온 남편은 아내가 내막을 아는 지도 모른채 또 허세를 부리고, 그러면서 스스로는 떳떳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더 초라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가수의 음주운전 및 거짓말, 그리고 ‘개는 훌륭하다’의 주인공 역시 그동안 감춰졌던 모습들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발생한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진 모습, 즉 가짜 모습은 언젠가 드러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날릴 수도 있다. 공동묘지에서 동량을 하면서 허세를 떨던 그 가장에 대한 가족들의 존경심이 하루아침에 측은함과 추한 모습의 대상으로 추락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사회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각 분야의 지도자들 중 상당수가 비상식적이고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발견한다. 특히 상당수 정치인들은 거짓말과 잘못이 드러나도 변명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한다. 평상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평가 받아야 하는데 본질을 감추고 억지로 꾸민 모습으로 살다보니 본인의 본 모습을 잊어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가장 노릇 지도자 노릇 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슬픈 지도자란 말이 나올 만 하다.

특히 기업의 사주들이나 정치 지도자들의 경우는 귀담아 듣고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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